[광주일보] 전란의 시대 빛 발한 남도 의병 이야기 ‘新남도의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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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망하는 것은 국가가 망하는 것보다 더 큰 비극이다.”
역사를 해석하거나 바라보는 눈은 다양하다. 정치, 사회, 문화, 교육 등 다양한 관점으로 분석이 가능하다. 이밖에 전쟁이나 군사와 같은 특수한 카테고리로도 조명할 수 있다.
예로부터 남도는 위기에 처했을 때 스스로 힘을 결집해 국난을 극복해왔다. 그 가운데 의병이 자리한다. 범박하게 말하면 남도는 의병의 역사다. 나라를 구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일어선 사람들에 의해 우리의 역사는 이어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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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학호남진흥원이 최근 ‘新남도의병사’를 발간해 눈길을 끈다.
‘전란의 시대에 빛을 발한 그들’이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책은 의병들의 희생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자랑스러운 역사를 만들어낸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다. 저자로 조동수 전 광주일보 주필을 비롯해 홍영기 순천대 사학과 명예교수, 김만호 광주전남연구원 연구위원, 윤현석 광주일보 기자가 참여했으며 사진은 김진수 광주일보 기자가 담당했다.
광주일보는 1975년부터 1977년까지 ‘의병열전’ 시리즈를 1년 8개월여에 걸쳐 연재한 바 있다. 이번 책 집필을 위해 조동수 전 주필이 당시 다양한 자료 조사와 현지조사를 병행해 호남의병역사를 추적했다. 지금의 취재 환경이나 제작 시스템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한 여건이었지만 46년 전 자료는 이번 책을 집필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1975년 당시 취재기자는 조동수 전 광주일보 주필과 김동영 기자(전 로케트전기 대표이사)였다. 이번 책에 기록된 구체적인 의병 활약상은 당시 내용을 각색·정리한 뒤 새롭게 취재한 내용이 첨가됐다.
의병의 사전적 의미는 “외적의 침입을 물리치기 위하여 백성들이 자발적으로 조직한 군대 또는 그 군대의 병사”를 말한다. 무엇보다 ‘자발적’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어려움에 처했을 때는 대부분 자신의 안위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나와 내 가족보다는 공동체와 우리 사회, 나라를 먼저 생각한다는 것은 기꺼이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한다’는 고귀한 정신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책은 4부로 구성돼 있다.
1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의 의병 총론’에는 김만호 광주전남연구원 연구위원의 글이 실렸다. 절체절명의 시기에 활약했던 의병장들 김천일, 고경명, 최경회, 임계영, 김덕령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김 연구위원은 “호남의병들이 호남 지역을 지켰고 연해지역의 호남 백성들은 이순신을 도와 남도의 바다를 지켜냈다. 호남의 보전은 군량미의 확보를 의미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향후 조선의 관군·의병과 명군의 식량을 조달하는 데에 큰 기여를 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2부 ‘한말 호남의병 총론’은 홍영기 순천대 명예교수의 글을 담았다. 홍 교수는 호남의병은 1896년 기우만이 의병을 일으킨 후부터 불굴의 항전을 거듭해왔으며 1907년부터 의병항쟁을 선도했다고 설명한다. 이후 곡성, 담양, 장성 등 내륙 외에도 해남과 완도 등 남해 도서까지 일어날 만큼 확대됐다. 참여자들도 양반 유생, 전직 관료, 유배수 등 신분을 초월한다.
홍 교수는 “호남의병은 국내 항일의병기지 건설의 기초를 닦는데 공헌하였다”며 “나아가 11개의 대표적 의진이 참여한 호남동의단을 결성하여 연합전선을 형성함으로써 일제의 식민지화정책을 조금이나마 지연시키는데 기여했다”고 의미를 부여한다.
3부와 4부는 각각 ‘조선시대 호남의병의 이야기’와 ‘한말 의병 인물열전’으로, 윤현석 광주일보 기자가 집필을 했다. 3부에는 임란 의병장 고경명, 두 아들 고종후·고인후를 비롯해 김천일, 나덕명, 최시망, 최대성, 김경수, 김세근 등의 이야기가 게재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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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부에서는 ‘가장 먼저 거병한 송사 기우만’, ‘호남창의회맹소 대장 성재 기삼연’을 비롯해 ‘총리호남의병대장 고광순’, ‘면암 최익현과 거병한 돈헌 임병찬’, ‘우국충정의 마음을 시에 담은 금재 이기손’, ‘용진산 호랑이 오성술’, ‘대담한 작전과 용기로 이름 높은 이대극’ 등의 활약상을 만날 수 있다.
윤 기자는 “한말의병은 1895년 을미사변 직후 일어나 1910년 경술국치에 이어 1915년까지 20년 간 저항을 계속했다. 임진왜란이나 병자호란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기간이 길었고 전개과정도 복잡다단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책 부록에는 ‘의병장들, 그들의 숭고한 이름들’이 담겨 있어 당대 의병장들을 일목요연하게 파악할 수 있다.
한편 이번 책은 광주일보에 연재중인 ‘新호남의병이야기’ 시리즈를 토대로도 쓰여졌다.
/박성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