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기행] 살아서는 만날 수 없다 대하 게시기간 : 2024-10-10 07:00부터 2030-12-24 21:21까지 등록일 : 2024-10-02 17:59
재단법인 한국학호남진흥원
맛 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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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구이에는 대하는 없고 흰다리새우가 누워 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이 알고 있다. 그렇다고 식당에서 흰다리새우 구이라고 적어 놓은 곳은 보지 못했다. 이러다가 흰다리새우가 대하가 되고 진짜 대하는 잊혀지는 것일까. 한 어시장에서 대하 두 마리를 놓고 설명하는 상인을 만났다. 한 마리는 수족관에서 막 꺼낸 팔딱이는 흰다리새우, 다른 한 마리는 얼음 위에 누워 있던 죽은 대하였다.
새우류는 절지동물문 갑각강 십각목에 속한다. 이 십각목은 집게류, 게류, 갑각류로 나누어진다. 그리고 갑각류에서 가장 다양하게 분화된 동물군이 새우류다. 새우는 머리, 가슴, 배 3부분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머리와 가슴이 융합되어 두흉부라 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새우는 대하 · 중하 · 보리새우 · 꽃새우 등 보리새우과와 젓새우 · 중국젓새우 등 젓새우과, 돗대기새우과에 속하는 돗대기새우가 있다. 모두 펄이나 모래가 발달한 서해와 남해에 서식한다. 수심이 깊은 동해안에는 도화새우과에 속하는 물렁가시붉은새우, 도화새우, 닭새우 등이 있다. 그리고 민물에 서식하는 새우는 징거미새우류, 새뱅이류, 가재류가 있다. * 수염이 몸길이 세 배다 최근 곧잘 텃밭에서 캔 감자와 새우를 넣고 된장국을 끓인다. 그 새우가 중하다. 중하는 가격도 저렴해 국물내기 좋다. 하지만 새우살 맛을 보려면 짜증이 난다. 수염이 얽혀서 살은 고사하고 국물을 먹기도 불편하다. 하나하나 수염을 자르고 손질을 하려면 손이 많이 간다. 하지만 국물은 감칠맛이 으뜸이다. 대하를 넣으면 더 좋겠지만 비싸다. 그래서 중하는 국물을 만들고 건져낸다. 『자산어보』에 대하는 ‘긴 수염이 둘 있는데 길이는 그 몸의 세 배고 적색이다.’ 그리고 ‘헤엄도 치고 걸을 수도 있다. 맛은 가장 감미롭다’고 했다. 손암은 새우를 크기와 색으로 구분했다. 백색이면서 홍색인 대하는 1척, 중간 크기 새우는 0.3-0.4척, 흰 새우는 0.2척 그리고 자줏빛 새우는 0.5-0.6척이라 했다. 자줏빛 새우는 어떤 새우일까. 꽃새우일까. 개미만하다는 새우는 곤쟁이일 가능성이 크다. 중간 크기는 중하로 생각된다. 그렇다면 흰 새우는 젓새우가 아닐까. 이청도 『자산어보』에는 『이아』의 「석어」를 인용하여 ‘홍색 새우는 길이가 1척으로, 그 수염으로 비녀를 만들 수 있다’고 소개했다. 또 『정조지』에는 『북호록』을 인용하여 ‘새우 수염이 10척에 이르는 놈이 있어 지팡이로 쓸 수 있을 정도’라고 했다. 그리고 ‘수염이 44척에 이르는 새우도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한 척의 길이가 30㎝라 해도 10m가 넘는 길이이니 믿기 어려울 것 같다. 새우는 다섯 쌍의 배다리를 쉼 없이 움직여 헤엄을 치고, 바닥에서는 다섯 쌍의 가슴다리로 걷는다. 『자산어보』에도 대하가 ‘헤엄을 치고 걸을 수 있다’고 기록했다. 물론 걷는 곳은 물 속이다. 새우의 수염은 아무리 길어도 비녀나 지팡이로 쓸 만큼은 되지 않는다. 자산어보에 새우를 하(蝦)라고 했지만, 다른 문헌에는 하(鰕)를 쓰기도 한다.
* 생대하를 봉진하지 못한 관리 파면당할 위기 조선조에 대하는 어살을 이용해 잡았다. 어살은 나무로 울타리를 치거나 돌을 쌓아 밀물이나 썰물에 드는 고기를 잡는 전통어법이다. 태안에 흔적이 많은 독살, 남해에 남아 있는 죽방렴, 서해와 남해 연안에서 볼 수 있는 건간망도 넓은 의미의 어살에 속한다. 어세의 중심은 어량이었다. 어량은 곧 어살이다. 당시 토지 못지않게 어살이 부를 축적하는 중요한 수단이어서 왕족, 양반, 토호 등 권문세도가들이 사사로이 점유했다. 어살로 잡는 것 중에 가장 큰 부를 주는 것은 조기와 청어였다. 조선조 국가 재원을 마련하는데 토지 못지않게 어염선세(漁鹽船稅)등 해세(海稅)가 차지하는 비중이 컸다. 『만기요람』을 보면, 이를 명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관리를 파견하거나 관찰사로 하여금 어살의 크기와 어획량 등을 상세하게 조사하도록 했다.
조선시대 대하어장은 어디였을까. 18세기 편찬한 『여지도서』는 남양도호부, 인천도호부, 안산군(이상 경기도), 홍주목, 서천군, 서산군(충청도), 해주목, 연안도호부, 백천군(황해도), 의주부, 용천부(평안도), 흥덕현, 부안현, 옥구현, 용안현, 함열현, 나주목, 영광현, 함평현, 무장현, 무안현, 순천부, 낙안군, 보성군, 흥양현(전라도) 지역 산물로 기록했다. 오늘날 서해와 서남해 지역이다. 모두 모래와 펄 등 갯벌이 발달한 지역이다. 1894년에 간행된 『여재촬요』는 대하를 수원부, 옥구현, 보성군, 의주, 해주부 등 토산으로 기록했다. 『동국여지지』는 대하를 수원도호부, 남양도호부, 인천도호부, 안산군(경기), 홍주목, 서천군, 서산군(충청도), 옥구현, 진도군, 순천도호부, 낙안군, 보성군, 광양군, 흥양현(전라도), 해주목(황해도), 용천군(평안도) 토산으로 기록했다. 해산물을 진상하는 것은 농산물과 달리 필요할 때 필요한 양을 봉진하기 어렵다. 우선 잡으려는 해산물의 회유시기와 규모와 날씨 등을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더구나 어살을 놓아 잡아야 하기에 그 양도 맞추기 어렵다. 이런 경우에는 다른 것으로 대신 봉진하기도 했다. 『일성록』(정조9년, 5월 28일)을 보면, 왕실과 궁중에 해산물을 진공하는 소어소 감착관이 ‘대하를 4월 안에 봉진을 마쳐야 하지만 어살로 잡은 생대하 수량이 너무 적어 한 달을 미루었지만 정해진 수량을 맞출 수 없어 다른 어물로 대신 본진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보고했다. 이에 사옹원 관리는 ‘시기에 맞추어 납부하지 못한 것은 온당하지 않다며, 감착관을 문책하고 , 대신 봉진하도록 하지만 어물(御物)을 마음대로 해서 안된다’고 했다. 이에 왕도 ‘대봉을 허락하고 관리 등을 논죄하지 말라’고 하교했다.
『세종실록』을 보면, 명나라에서 여러 차례 대하를 조공으로 요구하기도 했다. 또 『목은시고』를 보면, 양반가에서 대하를 선물로 보내기도 했다. 세종 11년(1429) 『세종실록』(4월 13일, 무자)을 보면, ‘중국에서 사신이 어물을 구하기 위해 오는데, 특히 고도어와 대하를 구한다고 하니, 특히 대하는 중국에서 생산되지만 청구하니 미리 준비하라’고 명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영조 7년(1731년 5월 15일) 『영조실록』에는 ‘혼전(魂殿) 19종 별천신’의 물목에 말린 대하가 포함되었지만 봉진되지 않아 대전에 올린 대하로 대신하자, 황해감사가 스스로 파직당할 죄목이라며 처벌을 기다린다는 상소를 올리기도 했다. 새우는 식재료만 아니라 조선조 시서화에 많이 등장한다. 또 근대에 들어와서도 민화는 물론 생활용기와 상표 등 다양한 곳에 소재로 사용되기도 했다. 양반들만 아니라 민초들이 그린 어해도에 자주 등장한다.
* 대하구이에 대하는 없다 가을로 접어드는 길목 어시장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것이 새우다. 수족관에 가짜 대하가 유유히 헤엄을 치며 빙글빙글 수족관을 돌고 있고, 진짜 대하는 얼음을 침대 삼아 좌판에 누워 있다. 가짜 대하는 진짜 대하 행세를 하는 흰다리새우다. 양식하는 새우다. 진짜 대하는 양식장이 아니라 아침에 바다에서 그물로 잡아 온 새우다. 대하도 수족관에 담아서 살려서 가져올 수 있지만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얼음에 묻어 가져온다. 시장 상인은 내가 미심쩍은 눈치를 보이자 수족관에서 흰다리새우를 꺼내고 빙장한 대하를 함께 놓고 구별법을 알려주었다. 생각보다 간단하다. 수염의 길이가 첫 번째다. 정확하게는 더듬이의 길이다. 주인이 보여준 대하의 더듬이 길이는 무려 20㎝가 넘었다. 하지만 흰다리새우는 5㎝도 되지 않았다. 두 번째는 뿔의 길이다. 대하는 코끝보다 뿔이 길게 나와 있었고, 흰다리새우는 짧다. 마지막으로 꼬리를 보여줬다. 대하는 녹색빛이 꼬리 끝에 있지만 흰다리새우는 붉은빛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흰다리새우는 다리가 흰색이며, 대하는 붉은 색이다. 흰다리새우는 보리새우과에 속하는 새우로 페루가 원산지이며, 우리나라에서는 대하 대용으로 양식을 통해 공급되고 있다. 대부분 폐전한 염전자리에 둑을 높이고 바닷물을 끌어와 양식한다. 최근에는 내륙에서도 양식을 시도하고 있다. 대하도 양식을 했지만 한 마리만 감염되면 양식장 대하가 전멸할 만큼 바이러스에 취약해 중단되었다. 대신 병에 강하고 민물이 유입되어도 잘 견디는 흰다리새우를 양식하여 공급하고 있다. 흰다리새우는 양식이라 어느 철에나 공급할 수 있지만 대하가 그렇듯이 가을철에 많이 소비된다. 무덥고 긴 여름이 지나면 전어를 제치고 식도락가들을 유혹하는 것이 새우다. 대하나 흰다리새우나 구이로 많이 먹지만 새우장을 만들면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다. 간장을 끓여서 식힌 다음 새우나 게 등 갑각류를 넣어 삭힌 것으로 꽃게장, 돌게장, 새우장 등이 있다. 이들 외에 쏙이나 갯가재 등을 넣기도 한다. 갑각류 내장과 속살이 장과 어우러져 내는 감칠맛이 간장이나 양조장과 다른 풍미를 낸다. 이러한 장 중에서 으뜸이 대하장이다. 진짜 대하장 말이다.
글쓴이 김준 전남대학교 호남학연구원 학술연구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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