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기행] 육지전어가 맛있다 전어 게시기간 : 2022-08-24 07:00부터 2030-12-17 21:21까지 등록일 : 2022-08-15 12:12
재단법인 한국학호남진흥원
맛 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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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와 남해에서 여름부터 가을까지 포구는 물론 횟집에서 가장 환영받는 생선이나 회가 전어다. 막걸리집에서부터 고급 횟집까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환영받는다. 처음부터 그랬을까. 옛날에는 전어를 말려서 유통했다. 지금처럼 활전어가 유통되기 시작한 것은 1990년 후반이다. 서울 야시장과 포장마차에도 전어가 없으면 손님이 없을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전어는 전문 식당에서 가정 식탁까지 어디에서나 어울리는 팔방미인이다. 아무리 맛이 좋다고 해도 산지에서 바로 썰어 먹는 맛과 견줄 수 있을까. 그곳이 섬진강 하구 남해바다와 만나는 광양 망덕포구다. 우리나라 전 연안에서 잡히지만 ‘자산어보’에 ‘육지전어가 맛있다’고 한 것은 망덕포구처럼 강하구 찰진 갯벌에서 기대어 몸을 만든 전어를 뜻하리라.
* 전어맛은 갯벌이 결정한다 <자산어보>에 전어는 ‘큰 놈은 1척(약 30㎝) 정도다. 몸통이 높고 좁다. 색은 청흑색이고, 기름이 많으며 맛은 달고 진하다. 흑산에 간혹 있지만 육지 근처에 나는 놈만 못하다’라고 했다. 주목해야 할 것이 ‘육지 근처에 나는 놈만 못하다’는 대목이다. 식재료가 그렇듯이 물고기도 어디서 자라고 무엇을 먹느냐가 맛을 결정한다. 전어는 개흙에 서식하는 작은 동물들을 잡아먹고 살을 찌운다. 주요 어장이 강하구나 연안에 형성되는 이유다.
<난호어목지>에는 ‘입하 전후에 매년 와서 풀이 있는 물가에서 진흙을 먹을 때 어부들이 그물을 쳐서 잡는다. 살에 잔가시가 많지만 부드러워 목에 걸리지 않으며 씹으면 기름지고 맛이 좋다.’고 했다. 특히 ‘상인들이 소금에 절여 서울에 파는데 귀천을 가릴 것 없이 모두 진귀하게 여긴다. 그 맛이 좋아서 사는 사람들이 가격을 따지지 않기 때문에 전어라고 한다,’고 했다. 대나무에 10마리씩 끼워서 팔아 箭魚라 했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전어는 '錢魚, 全魚, 剪魚 등 다양하게 불렀다. <난호어목지>와 <전어지>와 <동국여지지>는 錢魚, <자산어보>는 箭魚라 했다. 전 연안에서 잡히고 사람들이 즐겼던 탓에 이름도 새갈치·대전어·엿사리·전어사리 등 지역에 따라 다양하다. 동해안에서 불리는 ‘어설키’라는 이름이 독특하다. <신증동국여지승람>이나 <세종실록지리지>에는 충청도, 경상도, 전라도, 함경도 해역의 토산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럼 ‘자산어보’에서 이야기하는 육지는 어딜까. ‘신증동국여지승람’을 보면 전어는 경기(남양도호부, 안천도호부, 안산군), 충청(홍주목, 서천군, 서산군, 태안군, 면천군, 비인현, 남포현, 결성현, 보령현), 경상(울산군, 동래현, 영일현, 기장현), 전라(옥구현), 함경(정평도호부)의 토산품이다. 전라도는 옥구현뿐일까. ‘난호어목지’에는 서해와 남해에서 난다고 했다. 17세기 만들어진 지리지 ‘동국여지지’는 옥구현과 순천도호부 토산으로 기록했다. 순천도호부라 하면 순천과 여수를 아우르기에 여자만과 가막만과 광양만 그리고 여수만을 포함한다.
* 과거급제한 사람에게 전어를 상으로 주었다. <승정원일기>에는 ‘경상도에서 3월에 세자궁에 올리는 제철물산으로 말린전어(錢魚) 40마리, 소금을 뿌린 생복(生鰒) 4두(斗)’가 올라왔는데 선장(膳狀)에 적혀 있는 것과 달리 말린 전어 10마리와 소금을 뿌린 생복 1두가 부족하다며 봉진한 관리를 추고하라는 기록이 있다. 말린 전어를 어디에 사용했을까. 又啓曰, 昨日捧入慶尙道三月朔新産, 世子宮進上, 以乾錢魚四十尾, 小鹽生鰒四斗, 膳狀中書塡封標宛然, 而乾錢魚十尾, 小鹽生鰒一斗, 竝爲欠縮。取考路次物目, 則與未納之數無異, 雖未知誤書與否, 而方伯, 旣以此數, 懸錄於膳狀, 則封進之官, 矇然減捧之責, 勢所難免。請封進官吏推考。傳曰, 允。司饔院謄錄1)
이보다 앞선 선조7년 갑술년(1574) 질정관으로 북경에 갔다 온 중봉 조헌이 중국의 문물제도 중 우리나라에 실시되었으면 하는 것을 상소 형식으로 쓴 ‘동환봉사’의 ‘음식지절(飮食之節)’에는 진상용 생선을 준비할 때 백성들이 겪은 고충을 적었다. 비록 토산물이라 할지라도 경주의 전어 같은 것은 명주 한 필로 바꾸고, 평양의 동수어 같은 것은 정포 한필과 바꿉니다. <중략> 그것을 수송하는데 소용되는 색리의 양식과 경리의 뇌물이 하나 같이 백성에게 나옵니다. <중략> 무거워 역마가 지탱하기 어려우면 백성들의 소를 끌어냅니다. 황해 충청 양남 지방의 역에는 크고 작은 사신의 행렬과 왜 야인 등의 왕래가 빈번하여 능히 지탱하지 못하게 되어 열 집에 아홉은 비어 있습니다.
雖或土產之物。如慶州錢魚。則換以紬一疋。平壤凍秀魚。則換以正布一疋。列邑進上物價如此者何限。況其輸運之際。色吏之粮。京吏之賄。一出於民。而遠方之物。則照氷重載。馬無完背者。故驛馬難支。則刷及民牛。黃海,江原,忠淸兩南之驛則大小使行及倭野人往來。亦不能支。而十室九空2)
동수어는 겨울숭어로 겨울철에 맛이 좋은 ‘가숭어’로 추정된다. 또 정조는 수원 읍내에서 치러진 과거에서 등급별로 종이, 붓, 먹 만 아니라 소금으로 간을 한 민어, 숭어, 밴댕이, 전어 등을 상으로 내리기도 했다.3) * 전어도 남파랑길을 좋아한다? 전어가 뭍사람과 가장 먼저 만나는 곳이 남해안이다. 사천 삼천포, 광양 망덕포, 여수 여자만, 고흥 득량만으로 들기 시작한다. 삼천포에는 7월 중순 전어 금어기가 끝나면 횟집 수족관에 전어가 채워진다. 가장 이른 시기에 전어맛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삼천포를 시작으로 가덕만 명지전통시장, 마산 어시장, 사천항, 광양망덕포구, 보성율촌항, 서천홍원항, 충남 무창포, 김포 전류리 등 강과 바다가 만나는 포구와 어시장에서는 전어축제가 시작되었다. 추석에 고향을 찾은 사람들의 식탐이 시작될 무렵 전어의 귀환은 절정에 이른다. 성질 급한 사람들은 전어를 초여름에 삼천포나 망덕포로 달려간다. 서해로 올라가기 전이라 크기는 작지만, 뼈와 함께 썰어 먹기에 최적의 상태다. 전라도에서 전어 맛의 절정은 추석연휴기간이다. 맛도 좋지만 수요가 가장 많다. 한가위에 가족들이 시골에 모여 마당 한켠에 고기를 굽고 큰 석쇠 옆에 전어를 올렸다. 회로 먹다가 마무리는 전어구이였다. 그래서 값도 좋다. 산란을 한 후 바닷물의 온도가 내려가면 다시 깊은 바다로 나가기 때문에 강하구에서 열심히 먹이활동을 한다. 부지런히 몸을 만들고 겨우살이를 준비하는 것이다. 이때가 연안에서 그물을 드리우고 전어를 잡는 철이다. 너무 일찍 잡으면 전어가 먹은 펄이 몸에 남아 있어 고소함이 떨어지고 너무 늦으면 깊은 바다로 나가니 닭 쫓던 개꼴이 되고 만다. 요즘 이상기온으로 전어어장이 형성되지 않는 해도 있으니 가을입맛에 길들여진 식객들은 호주머니가 두둑해도 입맛만 다셔야 할 판이다. 어민들은 ‘봄은 칠산에 조구둠벙이여, 가을은 망덕에 전어둠벙’이라 했다. 전어는 귀가 밝고 영리하다. 낚시로 잡을 수 없다는 말을 에둘러 하는 말이다. 망덕포구 어부들은 새벽2시부터 4시 사이에 어장으로 나간다. 해가 뜰 때나 해가 질 때 전어가 움직이기 때문이다. 가을까지 배알도 부근에서 전어잡이 자망배 불빛이 이어진다.
1) 인조26년 무자(1648)2월 30일(을미), 한국고전종합DB
2) 한국고전종합DB 3) 정조 15년 신해(1791) 4월 3일(정미) 글쓴이 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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