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공모전 수상작] 고즈넉함으로 마음을 품어주는 곳. 불회사(佛會寺) 게시기간 : 2022-09-08 07:00부터 2030-12-24 21:21까지 등록일 : 2022-09-05 13:40
재단법인 한국학호남진흥원
원고 공모전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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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불려지는 이름은 부르는 사람에게도 듣는 사람에게도 그 이름대로 와 닿는다. 불회사(佛會寺). 부처의 가르침이 모인 곳. 불회사라는 이름이 낯설면서도 친근한 것은, 살고 있는 광주와 가까운 곳에 있는 사찰임에도 불구하고 한번도 가 보지 못한 이유 때문인 것 같다. 한 해가 시작되고 새 봄을 맞이하기 전 아직은 겨울의 한기가 느껴지는 2월 불회사를 찾았다. 불회사가 창건되었을 때는 불호사(佛護寺)라 불렸다.1) 불호사(佛護寺), ‘부처의 가르침을 보호하는 곳’이라는 의미이다. 당시 부처의 가르침을 지키고 보호하려는 창건자의 마음을 담은 이름인 것 같다. 불호사는 백제 침류왕 원년(384)에 인도 승려 마라난타가 창건하고 681년 신문왕의 명으로 중창되었다는 설과 367년 근초고왕 22년에 희연에 의해 창건되고 후에 중창됐다는 말이 있다. 언제, 누구에 의해 창건되었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으나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에 불호사로 기록되어 있어 처음에는 불호사였음을 알 수 있다. 부처의 가르침을 보호하는 곳 ‘불호사(佛護寺)’에서 부처의 가르침이 어우러진 곳으로 다시 태어난 ‘불회사(佛會寺)’. 사람들은 자신의 운명이나 삶을 바꾸고 싶을 때, 혹은 지난 온 삶이 썩 내키지 않을 때 이름을 바꾸기도 한다. 새 이름을 통해 운명이 바뀌고 바라던 삶이 펼쳐지길 바라면서. 불호사 역시 부처의 가르침을 지키면서 한편으론 부처의 가르침을 모아 중생들의 마음 한켠에 부처의 가르침과 그 마음을 심어 주고 싶었을까. 백양사(白羊寺)에서 갈라져 나온 말사(末寺)인 불회사는 전라남도 나주시 다도면 덕룡산 중턱에 자리잡고 있다. 주차장을 조금 지나면 전형적인 모습의 일주문(一柱門)을 볼 수 있다. 일주문에는 ‘초전성지덕룡산불회사(初傳聖地德龍山佛會寺)’라 는 편액이 걸려 있어 목적지를 잘 찾아왔음을 알려 준다. 일주문을 지나 불회사 입구까지 가는 길은 편백나무를 따라 걷는 길과 오른쪽으로 난 탐방길을 걷는 두 가지 길이 있다. 내려 오는 길을 탐방길로 정하고 불회사로 올라가는 길은 편백나무를 따라 올라가기로 했다. 일주문에서부터 불회사 입구까지 빼곡히 늘어선 편백나무는 여느 사찰들에서나 느낄 수 있는 고즈넉함에 이국적인 풍경까지 더하고 있다. 편백나무들의 안내를 받으며 걸어 올라가면 불회사 앞에서 양쪽으로 마주보고 있는 2기의 석장승을 만날 수 있다. 두 장승은 각각 남·녀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 남장승은 얼핏보기에 할아버지, 여장승은 할머니의 얼굴이었다. 두 석장승 모두 부리부리한 눈에 뭉뚝한 코가 인상적이었다. 남장승은 수염과 상투를 튼 모습을 하고 있으며, 몸체에 ‘하원당장군(下元唐將軍)’이라고 새겨져 있다. 마주 보고 있는 여장승은 할머니와 같은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으며, 몸체에 ‘주장군(周將軍)’이란 이름이 새겨져 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두 석장승은 수문신상(守門神像)의 역할 뿐 아니라 이곳을 찾은 사람들에게 온화한 미소로 어서 오라고 반기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림1 불회사 앞 석장승, 하원당장군
그림2 불회사 앞 석장승, 주장군 석장승을 지나 오늘 만남의 주인공인 불회사로 들어갔다. 다른 사찰에서는 보통 경내로 들어가기 전 사천왕(四天王) 조각상을 볼 수 있다. 하지만 불회사 사천왕문에는 조각된 사천왕상은 보이지 않았다. 대신 사천왕문 안쪽에 사천왕이 탱화로 그려져 있어 또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탱화 사천왕을 지나면 그 앞으로는 대양루(大涼樓)가 자리 잡고 있으며 오른쪽으로는 경비실과 창고가 있다. 대양루를 거쳐 대웅전(大雄殿)으로 바로 들어갈 수도 있고 왼쪽 길을 따라 종각을 끼고 돌아 대웅전으로 갈 수도 있다. 어느 길로 들어가는 것이 불법(佛法)에 맞는지는 잘 모르겠다. 가는 방법도 중요하지만 무엇을 향해 가는지가 더 중요할 것이다. 불도(佛道)에 다다르는 여러 길이 있지만 그 길을 걷는 다는 사실이 더 중요한 것처럼 말이다. 대양루 오른편에는 사운당(四雲堂)이 있다. 대양루를 거쳐 대웅전으로 들어가면 대웅전을 중심으로 오른쪽에 명부전(冥府殿), 왼쪽에 삼성각(三聖閣), 나한전(羅漢殿), 극락전(極樂殿)이 순서대로 있다. 불회사 대웅전은 2001년 보물 1310호로 지정되었다.2) 대웅전은 정면 3칸 측면 3칸이며 화려한 다포 양식의 건물이다. 건축이나 불화에 대한 지식이 없는 사람이 보기에도 다른 사찰의 대웅전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이는 대웅전에 창건 당시 삼국의 느낌과 이후 중창되면서 가지게 된 여러 모습과 역사가 조화를 이뤄서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대웅전 안 천장에는 연꽃과 학이 그려져 있으며 그 주변으로는 노는 물고기와 게의 그림이, 기둥에는 용조각들이 있어 대웅전의 품격과 장엄미를 돋보이게 했다. 이러한 대웅전의 모습은, 물론 창건 당시의 모습을 오롯이 보전한 것은 아닌, 많은 시련과 고난을 이겨낸 모습이 더해진 것이리라. 실제 불회사는 조선 후기부터 6·25 전쟁까지 여러 번의 화재가 있었다고 한다. 지금의 대웅전은 1798년 화재 후 순조 8년 1808년에 중건된 건물로 건물의 안팎에서 조선 후기 불전 건물의 화려한 장식미를 느낄 수 있었다. 당시 대웅전의 문짝 역시 두꺼운 통판자로 짜고 연꽃과 불상 등을 양각한 화려한 것으로 제작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전쟁 때 인민군이 대웅전의 문짝을 뗄감으로 가져가 버렸다고 한다. 인간의 무지와 무례함은 어디까지일까. 정말 화가 나고 부끄럽지 않을 수가 없다. 대웅전 안에는 비로자나불(毗盧遮那佛)을 주존(主尊)으로 석가모니불 등 삼존불(三尊佛)이 있는데 방문 당시 대웅전의 문이 잠겨 있어 삼존불을 직접 보지는 못했다. 불회사의 삼존불 중 주존불인 비로자나불은 건칠불(乾漆佛)이라고 한다. 건칠불이란 종이나 베로 만든 후 옻칠을 하고 다시 금물을 입힌 불상을 말하는데, 불회사의 비로자나불은 찰흙으로 불상을 빚어 삼베를 덧입히고 그 위에 옻칠을 한 다음 금물을 입혔다고 한다. 불상은 보통 금속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종이나 베로도 불상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과 불상을 제작하는 방법에 여러 가지 방법이 있었음을 새로 알게 되었다. 건칠불은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드문 희귀한 불상이다.
대웅전 바로 왼편에는 삼성각이 위치해 있다. 삼성각에는 많은 탱화들이 그려져 있었는데 그 중 백발의 부채를 들고 있는 신선과 용왕탱화가 눈에 들어 왔다. 삼성각 옆에는 부처님과 16나한을 모신 나한전이 있었다. 나한은 부처의 16명의 뛰어난 제자들을 일컫는 말인데 불회사 나한전에 있는 나한들은 부처의 옆에 앉아서 부처의 가르침을 배우고 부처와 함께 자유롭게 설전을 벌이고 있는 모습이었다. 나한전 아래 위치한 극락전은 극락왕생을 기원하기 위한 패들이 모셔져 있는 곳으로 2013년도에 건립되었다. 대웅전과 나한전에 비해 그 역사가 짧아 조금은 풋풋한 모습의 불전이었지만 법당으로서의 기품은 빠지지 않았다. 대웅전의 오른편 한 단 낮은 곳에 명부전이 자리 잡고 있는데 이 명부전은 나한전과 함께 조선 후기에 건립되었다. 대웅전과 대웅전 주변의 법당을 둘러 본 후 잠시 눈을 돌리니 대웅전 앞으로는 덕룡산 자락이, 대웅전 뒤편으로는 비자나무 숲과 동백숲, 그리고 차밭이 눈에 들어 왔다. 불회사가 자리 잡고 있는 나주 다도면은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차가 유명하다. 불회사에 펼쳐진 차밭의 차는 비자나무 아래에서 덕룡산의 기운과 불회사의 향기를 머금고 자라 그 향과 맛이 일품이라고 한다. 대웅전 뒤로 난 길을 따라 걸어 올라가면 비자나무 숲과 동백숲을 둘러 볼 수 있다. 하지만 아직 추운 날씨에 동백과 매화가 작은 봉우리만 머금은 채 꽃은 피우지 않았기에 동백숲과 비자나무 숲은 다음을 기약하였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눈을 드니 대웅전 앞 마당에서 보이는 산세와 나무들, 하늘과 산에서 피어오르는 가는 구름들이 흘러가는 모습은 마치 선경(仙境)과 같았다. 이 산세들이 불회사를 품고 있어서인지 봄비가 내리는 쌀쌀한 날이었지만 그다지 춥게 느껴지지 않았다.
대웅전 왼편 길로 내려오는 곳에는 북과 황금색 범종이 있는데 타종할 때가 아니어서 북소리와 종소리는 듣지 못했다. 중후하고 깊은 범종의 소리가 듣고 싶었지만 마음속으로만 상상하며 걸어 내려왔다. 해가 뉘엿뉘엿 서쪽으로 넘어갈 때쯤 불회사를 떠났다. 넘어가는 해를 보니 불회사 중창과 관련된 이야기가 생각났다. 호랑이의 도움으로 시주를 받고, 지는 해를 기도로 붙잡아 둔 원진국사. 원진국사야말로 ‘유지자사경성(有志者事竟成)’을 제대로 보여주는 것 같다. 불회사를 중창하는 데 최선을 다한 인간이 기특해 보여 서수와 자연이 도와줬으니 말이다. 처음으로 만난, 봄을 기다리는 불회사는 많은 생각과 다짐을 하게 해 주었다. 잡스러움과 시끄러움으로 가득찬 마음으로 갔던 길을 깊은 고요함과 평안으로 돌아오게 해 주었다. 들리는 이야기로 봄의 불회사는 동백꽃을 시작으로 꽃들의 잔치가 열리며, 여름에는 다채로운 녹색의 향연이 펼쳐진다고 한다. 단풍이 드는 가을에는 불회사에 오르는 길이 환상적이며, 경내 응향각 뜰의 고목 나무는 색색의 날개를 편 듯 하다고 한다. 눈 내리는 겨울 하얀 눈으로 덮인 불회사는 다른 계절에 못지 않게 상상 이상의 아름다운 모습이라고 한다. 불회사는 이러한 여러 아름다운 모습으로 우리를 설레게 하기도 하며, 불회사가 가지고 있는 1700여 년의 긴 역사와 함께 오랜 시간 시련과 고난을 이겨낸 단단함으로 우리를 감동 시키기도 한다. 신기하게도 그 이후에 찾아간 불회사 또한 이른 봄이었다. 이른 봄에 유독 생각나고 가고 싶은, 아마도 처음 갔을 때 경험했던 고즈넉하고 포근한 느낌, 그리고 진한 울림 때문이었을까. 불회사는 나의 ‘최애’의 장소가 되었다. 내 삶의 둘레에 이런 아름다운 곳이 있어 깊고 잔잔한 위로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며 감사함이리라. 1) 불회사 관련 정보는 <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포털>과 불회사 공식 홈페이지 ‘http://bulhoesa.org/’ 참고함.
2) 문화재청 https://www.cha.go.kr/main.html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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