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기행] 망둑어 갯벌에서 뛸 만 하다 게시기간 : 2022-09-28 07:00부터 2030-12-17 21:21까지 등록일 : 2022-09-22 13:52
재단법인 한국학호남진흥원
맛 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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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만 섬달천으로 들어가는 다리에 사내 몇 명이 자리를 잡고 낚시를 하는 중이다. 그 옆에 자동차를 세우고 자리를 잡고 막걸리와 된장과 깻잎과 김치를 두고 사내를 기다리는 사람이 너댓명이다. ‘아이쿠, 물었다’라는 사내의 탄성에 일행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곧바로 손질을 해서 몇 점을 만들더니 깻잎에 망둑어회를 올리고 된장을 발라 막걸리 들이키고 한입에 몰아 넣는다. 보는 것만으로도 침이 꿀꺽 넘어가는 풍경이다. 가을철 갯마을을 찾다보면 곧잘 볼 수 있는 가을풍경이었다. 최근 망둑어 몸값이 예사롭지 않다. 옛날과 다른 대접을 받고 있다. 인천, 대부도, 영광, 무안, 신안, 순천, 보성 등 갯벌이 발달한 바닷마을 빨랫줄이나 건조대에 주렁주렁 걸리기도 했다. 평상에 널 부러진 망둑어도 흔하게 만날 수 있었다. 강한 생명력과 민초의 식량이라는 것만으로도 매력적인 생선반열에 오를 만 했다. 세인들에게 알려진 짱뚱어도 망둑어과에 속한다. 여러 종의 망둑어가 있지만 풀망둑과 문절망둑이 식용을 대표한다. 지역에 따라 운저리, 망둥이, 범치, 문절이, 고생이, 무조리, 문주리 등으로 부른다. 문절망둑을 이르는 말이다. 풀망둑보다는 문절망둑이 밥상 위에서 인기다.
* 잠이 신세를 망친다? 망둑어는 헤엄을 치기도 하고, 갯벌 위를 걸어다 다니며, 급할 때는 뛰어간다. 배 앞쪽에 변형된 둥근 지느러미가 있어 빠르게 흐르는 휩쓸리지 않고 빨판처럼 바닥에 딱 붙을 수 있다. 이렇게 민첩한 망둑어도 잠에는 장사가 없다. 잠은 많은 사람을 두고 ‘누가 업어 가도 모른다’고 한다. 망둑어가 꼭 그렇다. 밤에는 몸과 꼬리를 물에 담그고 머리만 내놓고 깊은 잠에 빠진다. 손놀림이 잽싼 사람은 그냥 줍는다. 그래서 김려(1766-1822)는 망둑어를『우해이어보』에 수문睡魰이라 했다. 그가 유배생활을 했던 진해에도 망둑어가 많았다. 수문이란 ‘잠자는 문어’라 해야할까, ‘잠자는 날치’라 해야 할까. 망둑어가 뛰는 것을 좋아하니 날치에 빗대었는지 모르겠다. 그 기록에 ‘가리(가래)’를 만들어 잡았다고 했다. 가래로 숭어를 잡는 것을 보았지만 망둑어를 잡는 것은 직접 보지는 못했다. 개웅이나 수심이 낮은 곳에 납작 엎드려 있는 망둑어를 잡는 모습은 숭어를 잡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 같다. 더구나 녀석들은 무리를 지어 있는 모습도 숭어와 닮았다. 꼭 이런 모습을 노래한 시가 있다. 김려가 〈우산잡곡〉에 쓴 글이다. 검푸른 진흙 벌 바닷가 후미진 구석에
밤새도록 솔가지 횃불 몇 개씩 켜있더니 대나무 통발을 긴 자루로 높이 들고서 어촌 아이들 문절망둑 잡아 돌아오는구나 黲泥岸坼海門隈 五夜松明數點開 長柄高挑編竹桶 村童捕得睡魰回 『자산어보』에는 어떻게 소개했을까. 망둑어처럼 머리가 큰 어류를 묶었다. 드리고 대두어(大頭魚)류로 대두어(속명 무조어), 철목어(속명 장동어), 석자어(속명 수염어)로 나누었다. 무조어는 문절망둑이나 풀망둑을, 철목어는 짱뚱어나 말뚝망둑어를, 석자어는 쑤기미를 말한다. 쑤기미를 제외하면 모두 망둑어목에 속하는 어류들이다. 특히 우리 갯벌에서 식용으로 잡는 망둑어가 무조어인 물절망둑다. 자산어보에 소개된 무조어의 내용이다. 큰 놈은 2척이 조금 못된다. 머리와 입은 크지만 몸은 가늘다. 빛깔은 황흑이고 맛이 달고 진하다. 조수가 왕래하는 곳에서 서식한다. 성질이 예민하지 않아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아 낚시로 잡기가 매우 쉽다. 겨울에는 갯벌을 파고 들어가 겨울잠을 잔다. 이 물고기는 그 어미를 잡아먹기 때문에 무조어(無祖魚)라고 부른다. 흑산에 간혹 있지만 식용으로 할 만큼 많지 않다. 육지 근처에서 나는 놈은 매우 좋다.
순천에서는 문저리, 무안이나 신안에서는 운저리라고 부른다. 한자어로 옮기면서 생겨난 이름으로 생각된다. 망둑어는 닥치는 대로 먹어대는 육식성 어류로 30센티미터 가량 자란다. 두해살이로 몸뚱이에 비해 대가리가 큼직하다. 자세히 살펴보면 독특한 면상을 하고 있어 도깨비처럼 보이기도 한다. 갯펄이나 모래펄에서 지렁이, 게, 새우 등 저서생물이나 작은 물고기를 먹는다. 어엿한 물고기를 이름을 올렸지만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했다. 그런데 다른 물고기들이 잡히지 않으니 망둑어 가치도 값도 뛰고 있다. 겨울잠을 위해 가을철에는 먹성이 몇 배로 증가해 살이 토실토실하다. 그래서 ‘봄 보리멸 가을 망둑’이라고 했다. 가을에 망둑어를 잡아서 말리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신증동국여지승람’이나 ‘동국여지지’ 인천도호부 토산으로 소개된 망어(䰶魚)도 망둑엇과를 총칭한다. 같은 이름의 다른 한자 망어(亡魚)는 삼치를 말한다.
* 무안의 ‘운절이보리밥비빔밥’ 망둑어로 조리하는 음식으로 생으로는 회와 무침을, 말려서는 조림과 찜을 만든다. 어느 쪽이든 좋지만 무안지역에서 즐겨 먹는 회무침과 비빔밥은 특별하다. 무안갯벌에서 건간망으로 잡은 망둑어를 무안황토에서 자란 양파 등 채소를 넣고 양념을 더해 무쳐낸 회무침이다. 막걸리와 함께 먹다 보리밥에 비벼먹는다. 마른 망둑어는 찜으로 좋다. 미리 반나절을 물에 불린 망둑어를 양념을 얹어 찐다. 먹기 전에 추가 양념을 하면 더욱 좋다. 생물로 조림을 할 때는 막걸리로 비린내를 제거하기도 한다. 김려는 문절망둑을 죽으로 만들어 먹으면 향기가 그윽해 쏘가리와 같고, 회로 먹으면 더욱 맛이 좋다고 했다. 남해사람들은 ‘문절망둑을 먹으면 잠을 잘 잔다고 한다’라고 했다. 실제로 그는 우환으로 불면증에 시달릴 때 매일 문절망둑을 먹고 효과가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고기의 성질이 차서 마음의 화를 내리게 하고 폐를 건강하게 때문일 것이라고 처방전까지 적었다. 망둑어 고추 크듯 큰다. 고추가 여물 무렵이면 망둑어도 여물어 맛이 최고로 좋다. 풋고추가 비린내를 가실 만 할 때쯤 망둑어도 맛이 들기 시작한다. 이때 잡은 망둑어를 손질해 된장에 찍어 먹으면 고소하다. 마산사람들 봉암갯벌에서 잡은 망둑어 맛을 잊지 못해 ‘꼬시래기’라고 했다. 통영사람들은 고소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어보고 ‘아, 꼬시다’라고 감탄한다. 망둑어를 많이 먹는 지역은 갯벌이 발달한 곳이다. 대표적으로 남양만(화성일대), 순천만 등이다. 경기도 안산 대부도, 구봉도, 옹진군 영흥도와 선재도에서 망둑어를 나무에 꿰어 줄줄이 매달아 놓은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고흥 벌교, 순천 화포에서는 망둑어를 손질해 담장 옆 채반에 널어놓은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막 잡은 망둑어의 아가미로 손을 넣어 가위로 자른 다음 내장을 꺼낸 다음 소금물에 깨끗하게 씻어내고 해풍에 건조시킨다. 망둑어를 말려서 보관해두고 겨우내 식량처럼 반찬처럼 꺼내먹기도 한다.
글쓴이 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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