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기행] 올 여름은 내가 책임진다 장어 게시기간 : 2022-07-06 07:00부터 2030-12-17 21:21까지 등록일 : 2022-07-04 11:36
재단법인 한국학호남진흥원
맛 기행
|
|||||||||||
여수 돌산활어경매장, 장어가 많이 위판 되는 곳이다. 경매를 마친 장어를 손질까지 해서 가져 올 수 있는 곳이다. 몸부림을 치는 장어를 몇 번 놓치더니 머리에 칼을 꽂는다. 그리고 도마에 박아 놓은 못에 꽂고 등줄기를 따라 칼을 넣어 절개한 후 내장과 뼈를 빼낸다. 딱 네 번의 칼질로 천방지축 날뛰던 장어는 조리하기 좋은 식재료로 바뀌었다. 여름철 인기가 좋은 수산물이다. 장어라는 이름을 가진 바닷물고기는 갯장어, 민물장어, 뱀장어, 먹장어, 붕장어, 곰장어(꼼장어) 등 다양하다. 이중 뱀장어목에 속하는 붕장어, 갯장어, 뱀장어를 ‘장어삼총사’라 한다. 삼총사 중 민물에서 자라다 산란을 위해 바다로 나가는 뱀장어를 제외하면 모두 바다에서만 생활한다. 붕장어는 장어탕으로, 갯장어는 여름철 데침으로, 뱀장어는 구이로 좋다. 어느 쪽이든 허한 몸을 보하는데 으뜸으로 꼽는다.
* 장어삼총사 장어는 모두 몸이 가늘고 길며 배지느러미가 없어 물고기처럼 헤엄을 치지 못하고 뱀처럼 갈지자로 유영을 한다. 물속에서만 아니라 뭍에 나와서도 같은 방법으로 재빠르게 이동을 한다. 그래서 ‘자산어보’에 ‘보통 물고기가 물에서 나오면 달리지 못하나 이 물고기는 곧잘 달린다.’고 했다. 갯장어는 주둥이가 길고 머리가 삼각형에다 날카로운 송곳니를 가졌다. <자산어보>는 갯장어는 ‘개 이빨을 가진 장어’라고 해서 ‘견아리(犬牙鱺)’라고 했다. 주둥이가 짧고 머리가 유선형에다 이빨이 날카롭지 않다면 붕장어 ‘해대리(海大鱺)’다. 붕장어는 뱀장어와 달리 꼬리에서 머리로 이어지는 흰 구멍이 줄지어 뚜렷하다. 붕장어만 가지는 특징이다. 몸값이 최고로 높은 뱀장어는 ‘해만리(海鰻鱺)’라 기록했다. 붕장어가 많이 잡히는 곳은 남해해역이다. 여수 돌산도와 금오도 일대가 최대 서식지이다. 동해, 서해, 제주에 이르기까지 모든 해역에서 두루 잡힌다. 붕장어는 바닷말이 많은 모래와 펄이 있는 곳을 좋아한다. 낮에는 모래나 펄에 몸을 숨기고 머리만 내놓은 채 기다리다 밤이면 지나는 멸치, 까나리, 새우, 게 등을 습격한다. 그래서 ‘바다의 갱(gang)’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가을부터 이듬해 봄에 많이 잡힌다. 갯장어는 고성과 남해와 여수와 고흥에 이르는 바다가 서식지다. 여름철 갯장어 데침으로 유명한 지역들이다. 강과 바다를 오가는 뱀장어는 주로 강어귀에서 잡힌다. 하지만 대부분 강 하구가 막혀 있고 어린 뱀장어를 잡아 양식하는 탓에 자연산 뱀장어를 쉽게 만날 수 없다. 강진만 남포 일대에서는 돌무더기를 쌓아 장어를 잡는 ‘장어독다물’이라는 전통어법이 남아 있다. 갯골에 돌을 쌓아 두면 장어들이 낮에 들어와 머물 때 주변에 그물을 치고 잡는 어법이다. 갯장어나 붕장어와 달린 뱀장어는 어린 뱀장어를 봄에 잡아서 양식장에서 키워서 식탁에 올린다.
* 풍천장어라는 어떤 장어일까 장어를 본격적으로 잡기 시작한 것은 일제강점기에 이후부터다. ‘한국수산지(1908)’에는 ‘남해바다에 많지만 일부러 잡지 않았다’고 했다. ‘자산어보’에 ‘맛이 좋다’는 것으로 보아 당시에도 어민들이 식용으로 이용했던 것 같다. 일본인이 즐겨 먹기 시작하면서 상품으로 거래되기 시작했다. 이는 지배층의 식문화를 반영한 기록들이다. 서민들은 장어를 즐겼던 모양이다. 강진에서 유배생활을 한 다산이 탐진(현 강진) 어민들의 삶을 표현한 <탐진어가>(1802년, 순조1년) 10수 중 제1수의 일부다. 탐진강은 영암군 금정면과 장흥 유치면 사이 국사봉에서 발원하여 장흥군과 강진군을 지나 남해로 흐른다. 그곳은 자연산 뱀장어가 잡히고, 그 장어로 요리하는 식당이 대를 잇고 있다. 같은 시기 흑산도에 유배된 손암은 ‘자산어보’에 ‘모양은 뱀을 닮고 빛깔은 거무스름하며, 뭍에서도 뱀처럼 잘 다닌다. 맛은 달콤하고 짙으며 사람에게 이롭다. 오랫동안 설사를 하는 사람은 이것으로 죽을 끓여 먹으면 낫는다’라며 뱀장어를 소개했다. 桂浪春水足鰻鱺
橕取弓船漾碧漪 高鳥風高齊出港 馬兒風緊足歸時 계량에 봄이 들면 뱀장어 물 때 좋아 그를 잡으러 활배가 푸른 물결 헤쳐간다. 높새바람 불어오면 일제히 나갔다가 마파람 세게 불면 그 때가 올 때라네.1) (출처 : 한국고전번역원) 장어집을 찾다보면 빈번하게 마주하는 상호가 ‘풍천장어’다. 뜻대로 풀면, ‘바람이 부는 하천’이라는 뜻이다. 뱀장어가 많이 잡히는 강하구는 강바람과 바닷바람이 교차하는 곳이다. 그 바람은 육지와 바다, 낮과 밤의 온도가 다르기 때문에 기압이 교차하면서 부는 바람이다. 뱀장어가 서식하는 탐진강, 영산강, 금강, 인천강, 동진강, 만경강, 한강, 임진강 등이 그런 곳이다. 그래서 ‘풍천’을 강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강하구 혹은 기수역이라 할 수 있다. 그곳에 서식하는 뱀장어에 붙여진 이름이다. ‘탐진어가’에서 ‘높새바람’과 ‘마파람’이 부는 탐진강이 어귀가 곧 ‘풍천’이며, 대를 이어 장어집을 운영하는 영산강 구진포, 고창 인천강(선운사입구), 익산 목천포도 마찬가지다. 탐진강은 장흥과 강진을 거쳐 남해바다로 흘러간다. 그 사이 도암만(강진만)이 있다. 강진읍과 접한 강하구다. 그곳에 남포와 목리는 지금도 옛날 방식으로 뱀장어를 잡고 있다.
* 여수통장어탕과 통영시락국 《동의보감》(1610년)에는 장어를 ‘해만(海鰻)이라 불렀고, 성질이 평(平)하고 독이 있다. 악창과 옴과 누창을 치료하는 효능이 있다’고도 했지만 뱀을 닮아 외면했다. 《한국수산업조사보고》(1905년)에는 ‘붕장어, 갯장어, 서대 같은 것은 한국인에게는 일고의 가치도 없다. 그러나 갈치, 명태, 조기 등은 일본인이 하등시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있어서의 수요가 가장 많다.’라고 했다. 일본의 가장 오래된 시가집 《만엽집(万葉集)》에는 ‘여름 더위로 지친 몸에 장어가 좋다’고 했다. 통영, 여수, 고흥 등 남해안에서 잡은 장어는 모두 일본으로 가져갔다. 양반들은 모양과 뜻에 따라 가까이하고 멀리 했지만 모든 백성이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 맥락에는 일본인이 즐겨하는 수산물을 헐값에 수탈하려는 의도도 있을 것 같다. 장어탕은 부산, 통영, 고성, 여수, 고흥, 목포 모두 유명하다. 진도에서는 된장을 기반으로 장어탕을 끓이고, 부산에서는 장어추어탕도 내놓고 있다. 지금도 고흥 녹동, 여수 국동, 통영 인평동에는 장어탕 전문집이 있다. 녹동에 얼큰한 장어탕이 있다면, 통영에는 시락국, 여수에는 통장어탕이 인기다. 장어 머리와 뼈 등 솥에 넣고 푹 고아서 국물을 만들고 여기에 시래기를 넣고 끓인 것이 통영 ‘시락국’이다. 새벽에 나온 선원이나 상인이나 밥을 말아 뚝딱 한 그릇 먹을 수 있는 곳이다. 가격도 착하다. 여수는 장어를 뚝뚝 잘려서 형태가 그대 남아 있는 장어탕을 끓인다. 징그럽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맛이 훨씬 좋다는 사람도 있다. 통장어탕과 함께 구이도 좋다. 장어구이는 민물장어를 많이 떠올리지만 붕장어구이도 못지않다. 뱀장어구이에 비해 값이 저렴하지만 성분이나 효과에서는 차이가 없다는 사람도 있다.
1) 조광철(광주역사민속박물관)은 계량을 ‘계강(桂江)의 물결’로 풀었다. 계강은 당나라 시인 유종원이 유배생활을 한 곳으로 유배지(유배생활)의 우회적 풀이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즉, 강진에서 유배생활을 하던 중 봄이 왔고 뱀장어가 다시 찾아왔다는 의미라는 것이다(광주드림 2018.7.25.).
글쓴이 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위원 |
|||||||||||
Copyright(c)2018 재단법인 한국학호남진흥원. All Rights reserved. | |||||||||||
· 우리 원 홈페이지에 ' 회원가입 ' 및 ' 메일링 서비스 신청하기 ' 메뉴를 통하여 신청한 분은 모두 호남학산책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 호남학산책을 개인 블로그 등에 전재할 경우 반드시 ' 출처 '를 밝혀 주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