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기행] ‘남쪽으로 튀어’보자 삼치 게시기간 : 2021-12-10 07:00부터 2030-12-17 21:21까지 등록일 : 2021-12-07 10:28
재단법인 한국학호남진흥원
맛 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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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치가 정말 맛이 좋은 때는 늦겨울부터 봄까지다. 그런데 가을에 더 많이 잡힌다. 가을은 조업하기 좋은 날씨지만, 맛이 덜하고 일기가 고르지 않는 겨울과 봄에는 어획량이 떨어진다. 삼치 입장에서야 겨울이 먹고 살만한 계절이다. 그러니 봄 삼치가 얼마나 맛이 좋겠는가. 오죽 했으면 삼치를 칭하는 한자어가 '물고기 어(魚)'자에 '봄 춘(春)'자를 더한 '삼치 춘(鰆)' 춘어라 했을까. 그래서 '봄에 삼치 배 한 척 가득 잡으면 평안감사도 눈에 보이지 않는다'라고 했다. 쉽게 상하기 때문에 옛날에는 갈치처럼 산지에서나 맛볼 수 있는 것이 삼치회였다. 삼치 철이 되면,고흥군 봉래면 나로도항 위판장에 삼치가 올라왔다. 여수 중앙시장에도 삼치가 돋보인다. 거문도를 출발해 여수항으로 들어오는 쾌속선에도 여행객보다 삼치를 얼음에 재운 상자가 더 많이 실렸다. 삼치는 고등어를 닮았다. 고등과에 속하는 어류는 다랑어류(참다랑어, 황다랑어, 점다랑어, 가다랑어), 삼치류(줄삼치, 동갈삼치, 삼치), 고등어류(망치고등어, 고등어) 등이다. 이 중 삼치는 고등어보다 쉬 물러지기 때문에 잡자마자 얼음에 묻어야 한다. 태생적으로 빙장을 해서 선어로 상에 올려야 할 운명이다. 고등어과 어류 중 비린내가 가장 적다는 게 천만다행이다. 또 겨울철에 그나마 살이 단단해진다. 삼치가 겨울나기를 하는 거문도 일대에서 끌낚시로 잡은 삼치를 으뜸으로 꼽는 이유다. 끌낚시는 배의 좌우현에 왕대를 세우고 낚시줄을 걸어 가짜미끼로 삼치를 유혹해 잡는 낚시다.
* 삼치, 고등어와 호형호제 ‘자산어보’에는 삼치를 망어(蟒魚)라 했다. 큰놈은 8, 9척이며, 둥글고 3, 4 아름(圍)이며, 머리는 작고 눈도 작으며 비늘은 아주 잘다. 등은 검은데 이무기(蟒)에게 있는 검은 무늬와 비슷하다. 매우 용맹스러워 몇 장 높이를 뛸 수 있다. 맛은 시면서 진하지만 떨어지고 탁하다
이무기를 보지 않아서 모양을 알 수 없지만, ‘벽문어(고등어)와 비슷하지만 더 크다’고 설명하며 삼치와 고등어를 같은 종으로 분류했다. 실제 대형마트에서 삼치에 손이가면 고등어 판매가 떨어지고, 고등어에 손이 가면 삼치 판매가 덜하다. 또 주목할 부분은 ‘맛은 시면서 진하지만 떨어지고 탁하다’고 했다. 선어로 먹을 때는 씹어 먹는 것이 아니라 혀로 먹는다고 할 만큼 부드럽지만 구이나 조림은 팍팍하고 텁텁한 느낌이다. ‘우해이어보’에는 삼치를 ‘三差’라 했다. 방어의 한 종류로 그 맛은 방어보다 약간 더 시다며 초어라고 했다. 삼치는 진해에서는 ‘참어’라고 부르기도 했다. 이곳 사람들은 신(酸) 맛을 '참'이라고 불러 그렇게 된 것이라고 한다. ‘재물보’에는 망어(芒魚), ‘난호어목지’에는 마어(麻魚)라 했다. 아래 내용은 ‘난호어목지’에 삼치를 소개한 내용이다. 동해와 남해 그리고 서해에서 모두 난다. 모양은 조기와 비슷한데 몸은 둥글고 머리가 작으며 주둥이가 길고 비늘이 잘다. 등마루가 푸른빛을 띤 검은색으로 기름을 뿌린 것처럼 빛이 난다. 등마루 아래 좌우에 검은 아롱진 무늬가 있고 배는 순백색이며 맛이 매우 감미롭다. 큰 것은 길이가 1장이 되고 둘레가 4~5자가 된다. 북방 사람들은 마어라고 부르고 남쪽 사람들은 망어(䰶魚)라고 부른다. 어가에서는 즐겨 먹지만 사대부 집에서는 요리로 먹는 경우가 드무니, 그 이름을 싫어해서이다.
* 왜 조선시대 삼치를 꺼렸을까 우리민족은 삼치를 즐겨 먹지 않았다. 부드러운 식감을 꺼리는 탓도 있지만, 명칭 때문이었다. 조선시대에는 삼치를 망어(亡魚)라 했다. 수험생들이 미역국을 피하는 속설처럼 조선 양반들은 망어를 즐겨하지 않았다. 맛보다 이름에서 오는 선입견 탓이다. 삼치는 살이 무르고 연해 쉽게 부패한다. 고등어보다 심하다. 고등어는 염장을 해 간고등어로 유통되었지만 삼치는 그렇지 못했다. 일 년이면 십여 차례 제물을 준비해야 하는 종부들에게 환영을 받을 리 없었다. 민담에 소개된 내용이다. 강원도 관찰사로 부임한 이가 동해에서 잡은 삼치 맛에 빠졌다. 그래서 자신을 이곳에 보내준 정승에게 큼지막한 것으로 골라 보냈다. 수레에 실어 보낸 삼치는 여러 날이 지난 후 정승 집에 도착을 했다. 밥상에 오른 삼치 맛을 본 정승은 썩은 냄새에 비위가 상해 몇 날 입맛을 잃었다. 이후 썩은 고기를 보낸 관찰사는 좌천을 면치 못했다.
* 일본인들이 탐한 삼치 삼치는 봄에 산란을 한다. 인간은 늦가을이나 겨울철에 산란을 위해 몸에 축적한 삼치의 영양을 탐하는 것이다. 봄에서 여름에 연안으로 와서 알을 낳고 가을과 겨울에 외해로 회유하여 겨울을 난다. 여수, 고흥, 완도, 해남 어시장이나 횟집에 나오는 삼치들은 청산도, 거문도, 추자도 인근 해역에서 잡힌 것들이다. 가을철이면 삼치를 잡는 수백 척의 일본인 어선들이 나로도와 거문도 주변 어장으로 모여들었다. 삼치 어기에 외나로도 창포 바닷가에는 삼치배가 들어오면 여관, 술집 등은 밤새 불이 꺼지지 않았다. 축정항이 만들어지고 나서는 일본어민들이 이주해 마을을 이루었고, 얼음공장·가공공장·전기·목욕탕·수도시설 등은 물론이고 신사와 주재소 등도 설치되었다. 마치 일본어촌마을을 옮겨 놓은 듯 시설이 갖춰졌다. 삼치잡이가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일본과 통어협정을 한 후이다. ‘한국수산지’에 따르면, 일본통어자들이 유망(流網)과 예승(曳繩)로 잡는 것을 보고 잡기 시작했다. 유망은 유자망을 말하며, 예승은 오늘날 거문도나 고흥과 여수 일대에서 겨울철에 삼치를 잡는 끌낚시 어법이다. 이 예승은 1900년대 초 야마구찌현 출어자들이 시도하여 의외의 성과를 올리자 모방하는 어민들이 많았고 한다. 이렇게 잡은 삼치는 염절선(염장을 해서 운반하는 배)이 매입을 해 하카다, 시모노세키, 오노미치, 효고, 오사카 등으로 수송해 판매했다. 당시 중심어장은 부산은 방어진 일대, 남해는 여수 안도, 돌산도, 손죽열도, 거문도, 생일도, 청산도, 소안도, 충청도 외연열도나 격렬비도 등이다. 거문도에서는 겨울철에 끌낚시로 잡는 삼치를 '마구리'라 부른다. 산란을 위해 깊은 바다에 머무는 삼치를 잡는 방법은 공갈낚시로 유혹하는 끌낚시밖에 없다. 정치망이나 유자망으로 잡은 것보다 낚시로 잡은 삼치가 맛이 좋다. 스트레스를 적게 받기 때문이란다. 사람에게나 물고기에게나 스트레스는 몸에 해로운 모양이다. 회를 떠보면 끌낚시로 잡은 삼치가 그물로 잡은 것보다 색깔이 더 밝다고 하는데 구별하기 쉽지 않다.
* 삼치삼합 찬바람이 일면 여수 중앙동 선어시장에는 온통 삼치 판이다. 여수로 모여든 삼치가 전국으로 유통되지만 여수사람들만큼 삼치회를 즐겨 먹는 사람들도 없을 것이다. 활어도보다 선어다. 여수 삼치선어는 사철 즐긴다. 여기에 민어와 병어와 계절별로 몇 가지 생선들이 선어로 더해진다. 통영의 ‘다찌문화’가 싱싱한 해산물이 중심이라면 여수는 ‘선어문화’다. 여수나 통영 모두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심지어 바다생태계 측면에서도 비슷하다. 하지만 음식문화는 이렇게 다르다. 볼락을 사랑하는 통영과 서대를 더 좋아하는 여수의 해산물 밥상을 봐도 그렇다. 삼치를 회로 먹으려면 꼭 준비해야 할 것이 있다. 먼저 간장소스다. 초장처럼 만들어 팔지 않기 때문에 솜씨 껏 만들어야 한다. 간장, 고춧가루, 마늘, 설탕은 기본이고 여기에 청주가 있으면 더욱 좋다. 그리고 깨, 양파, 설탕 등을 입맛에 따라 더한다. 다음은 김이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양념을 발라 구운 김을 먹기도 하지만 제대로 먹으려면 일반 김을 구워서 싸먹는 것이 좋다. 삼치회는 부드럽다. 김으로 감싸기 좋다. 간장소스에 찍어 먹는다. 그런데 맛있게 먹으려는 방법도 진화하고 있다. 인간은 미식본능을 가지고 있다. 양념장에 찍어서 김에 싸서 묵은 김치를 얹어 먹는 것이 청산도식이라면, 여수식은 삼치를 김에 싼 후 양념된장과 돌산갓김치를 올리고 마늘과 고추냉이를 얹어서 싸 먹는다. 해남 땅끝에서는 봄동에 삼치를 올리고 묵은 김치를 더해서 먹는 방법이 인기다. 이를 두고 삼치삼합이라고 부른다. 어느 쪽이든 따뜻한 밥과 함께 먹으면 더욱 좋다. 땅끝마을에도 삼치잡이에 나서는 배가 수십 척이다. 찬바람과 함께 남도의 끝자락으로 삼치여행은 어떤가.
글쓴이 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섬발전연구지원센터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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