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기행] 봄철 간재미, 흑산홍어가 부럽지 않다 게시기간 : 2021-03-17 07:00부터 2030-12-17 17:24까지 등록일 : 2021-03-15 17:25
재단법인 한국학호남진흥원
佛家別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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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 섬마을에 매화꽃이 활짝 피고, 산에 진달래가 붉게 물들면 시아바다에 간재미가 꿈틀댄다. 깊은 바다에서 겨울을 나던 간재미들이 진도와 신안 다도해로 산란을 위해 올라온다. 이무렵 진도 청룡마을, 신안 도초 화도마을 어민들은 주낙채비를 하고 생새우를 잡아 놓고 물때를 기다린다. 살아 있는 새우를 조업 직전에 낚시에 끼워야 간재미를 잡을 수 있다. 정약용의 형인 정약전은 그가 쓴 『자산어보』에서 어류를 비늘이 있는 인류(鱗類)와 비늘이 없는 어류(無鱗類)로 분류했다. 그리고 인류는 석수어(石首魚)를, 무인류는 ‘분어(鲼魚)’를 가장 먼저 소개했다. 석수어는 조기, 민어, 부서 등을 말하며, 분어는, 홍어, 간재미, 가오리 등을 말한다. 조기나 홍어가 그만큼 당대에 사랑을 받았다. 이 홍어류에 속하는 어류는 분어 외에 소분(小鲼), 수분(瘦鲼), 청분(靑鲼), 흑분(黑鲼), 황분(黃鲼), 나분(螺鲼), 응분(鷹鲼)으로 분류했다. 분어는 속명으로 ‘발급어(發及魚)’라 했다. 분어는 흑산홍어를, 소분은 간재미를 말한다. 「나산어보」에 소개된 소분의 내용이다. (소분) 형상은 분어와 유사하지만 그보다 작다. 너비는 2-3척을 넘지 않는다. 소비는 짧고 뽀족할 정도는 아니다. 꼬리는 가늘면서 짧다. 살은 매우 살지고 두껍다.
간재미는 충청도에서는 ‘갱개미’, 인천에서는 ‘팔랭이’라고 부른다. 소분의 이명인 ‘발급어’가 팔랭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외형으로 보면 참홍어는 마름모꼴의 머리쪽이 뾰족하고, 가오리는 머리 쪽이 둥글며 마름모꼴이 아니다. 홍어는 참홍어와 비슷하며 마름모꼴이이지만 참홍어처럼 뾰족하지는 않지만 가오리보다는 튀어 나와 있다. 『자산어보』 외 『세종실록지리지』, 『신증동국여지승람』, 『여지도서』 등 조선조 많은 문헌에 ‘홍어’, ‘가올어’ 등으로 소개되어 있다. 또 경기도의 남양도호부와 부평도호부, 충청도의 비인현 등이 산지로 소개되어 있다. 지금도 남양만과 비인만 등 서해의 연안을 말한다. 『성호사설』에는 ‘꼬리 끝에 독기가 심한 가시가 있어 사람을 쏘며, 잘라 나무뿌리에 꽂아두면 시들지 않는 나무가 없다’고 했다. 『동의보감』에도 ‘가오리’라 하고 꼬리에 큰 독이 있다고 했다. 일제강점기 간행된 『한국수산지』에는 조선사람들은 가오리를 명태와 조기 다음으로 좋아한다고 했다. 최근 국립생물자원관은 시중에서 홍어, 상어가오리, 간재미, 묵가오리 등으로 불리는 종을 분석하여 모두 분류학적으로 같은 종임을 확인했다. 그리고 정명인 ‘홍어’로 정리했다. 간재미의 정명은 홍어이며, 이명이 상어가오리이고 지역에 따라 간재미, 갱개미, 팔랭이라 부른다고 정리해야 할 것 같다. 최근 어류도감에는 흑산홍어는 ‘참홍어’, 간재미는 ‘홍어’로 구분했다.
* 낚시로 잡은 간재미가 최고다 간재미는 남해안 거제와 통영, 서남해안 여수·고흥·진도 바다에서, 서해안 태안과 당진 등에서 서식한다. 진도에서는 12월부터 3월이 제철이며, 서해에서는 4월에서 6월에 맛이 좋다. 이렇게 맛있는 철이 다른 것은 지역에 따라 수온과 서식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많이 잡히는 시기는 산란을 위해 모래와 펄이 발달한 얕은 바다로 들어오는 때다. 흑산도로 가는 길목에 화도라는 섬이 있다. 지금은 도초도와 연결되어 지명만 섬으로 남아 있다. 화도 맞은편은 비금도 송치마을이다. 황석어와 새우가 많이 잡혀 파시촌이 형성되었던 포구다. 두 마을 사이로 흑산도와 홍도로 가는 배가 오간다. 200여 년 전 흑산도로 유배되었던 정약전도 이 길을 지났을까. 지금은 두 섬 사이에 다리(서남문대교)가 놓였다. 흑산도로 가는 쾌속선은 화도와 송치에 번갈아 정박한다. 쾌속선이 굉음을 남기고 흑산도로 떠난 뒤 화도 포구는 지루할 만큼 평화롭다. 예나 지금이나 이 물목은 중요한 뱃길이다. 개봉을 앞둔 <자산어보>의 촬영도 이곳 도초도에서 이루어졌다. 윤슬이 반짝이는 선창 바닷가에 간재미가 꾸덕꾸덕 마르고 있다. 그 물목이 간재미가 많이 잡히는 바다다. 섬 안쪽에 갯벌이 발달했고, 밖으로 모래가 많아 간재미가 서식하기 좋은 바다다. 화도어민들은 수백 미터의 줄에 100여 개의 낚시를 매달아 생새우를 미끼로 간재미를 잡는다. 이러한 어법을 ‘연승어업’ 혹은 ‘주낙’이라 한다. 주낙은 특히 잡는 어종에 따라 ‘간재미주낙’, ‘낙지주낙’, ‘장어주낙’ 등으로 불린다. 그물로 잡는 간재미보다 낚시로 잡는 간재미가 상처가 적고 싱싱해 값도 후하다. 해남, 진도, 신안으로 둘러싸인 ‘시아바다’에 숭어가 튀어 오르기 시작하면 간재미는 맛이 최고조에 이른다. 찬바람 끝이 무뎌지고 들에 진도 들녘에 쑥이 오르기 시작할 무렵, 간재미 살이 오르고 뼈가 연해진다. 산란을 준비하는 계절이다. 이무렵 등뼈를 제외하고 통째로 썰어서 회로 먹을 수 있다. 진도장이나 해남 땅끝 송지나 남창 오일장에 나온 간재미가 몸값을 하는 시기다. 진도장에서는 청룡리 ‘서촌간재미’가 다 나가야 다른 생선들이 팔릴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서촌마을 어부들은 주지도, 양덕도, 송도, 혈도, 광대도 등 가사군도 작은 섬 사이의 갯골에서 간재미를 잡는다. 시아바다는 크고 작은 섬이 무리지어 있어 갯벌이 좋고 유기물과 갑각류 등 간재미가 좋아하는 먹이가 풍부하다.
* 홍어는 삭히고, 간재미는 무치고 땅에 기운이 오르면 아버지는 옥과장에서 가오리를 사오셨다. 옥과현이 있었던 옥과 오일장은 곡성에서는 제일 큰 장이었다. 아버지기 도착할 무렵이면 어머니는 땅속에 묻어 놓은 무를 꺼내 썰었다. 그리고 사오신 가오리를 허드레 나무 상에 올려놓고 끈적거리는 곱을 닦아내고 껍질을 벗겼다. 먹기 좋게 부위별로 썰어서 빙초산과 고춧가루를 넣어 함께 무쳤다. 그 사이 나는 주전자를 들고 주조장으로 달렸다. 특별한 날은 무친 홍어를 함지박 채 들고 마을회관으로 가져갔다. 가마니를 짜고, 망태나 소쿠리를 만들던 어르신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었다. 큰일을 치룰 때는 늘 전날 마을회관에서 홍어무침과 막걸리 잔치가 벌어졌다. 간재미는 삭히는 것보다는 생물로 조리를 하거나 말려서 보관했다가 이용한다. 홍어가 워낙 비싸다 보니 전라도에서는 잔치상에 값이 착한 가오리를 많이 내놓았다. 지금처럼 생물로 운반하는 기술이 없어 적당히 삭혀도 좋고 간재미보다 크고 두터워 양은 가오리가 제격이었다. 결혼식이나 상가의 규모를 이야기할 때 무용담처럼 홍어 몇 마리를 잡았다 자랑했다. 그렇게 내놓는 음식을 홍어회, 홍어무침이다. 간재미는 바다 저층에서 생활한다. 홍어류가 삼투압을 조절하며 바다 깊은 저층에서 살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 요소다. 홍어가 발효되면서 나는 독특한 냄새는 이 요소에서 시작된다. 간재미도 홍어처럼 시간이 지나도 부패하지 않고 발효되면서 암모니아 냄새로 바뀐다. 살기 위해서 선택한 요소가 인간식탐의 근원이 되어 죽임을 당하니 생사가 다르지 않다. 코를 찌르는 강한 냄새에 처음 음식을 대하는 사람은 손사래를 치지만 ‘초미에 가오리탕’이라 했다. 첫맛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한번 맛을 들이면 꼭 다시 찾는 맛이다.
간재미는 회로 먹으면 밋밋하고 슴슴하다. 전라도에서는 초장보다는 기름소금을 찍어 먹는다. 찜이나 탕을 조리할 때는 껍질을 벗기는 것이 좋다. 벗기지 않으면 질기고 양념이 잘 베지 않는다. 간재미 음식의 으뜸은 탕이다. 된장을 기반으로 봄채소를 넣고 함께 조리를 하다. 얼큰함과 다른 시원함을 함께 맛볼 수 있다. 화도 선착장에 간재미탕을 맛있게 끓여주는 집이 있다. 무와 단호박 그리고 섬초가 들어갔다. 도초도는 시금치가 유명하다. 진도에서는 묵은 김치를 씻은 다음 된장을 풀어서 끓이는 간재미탕이 인기다. 진도에서는 서민들이 즐겨 먹던 간재미에 막걸리 대신 홍주를 내놓다. 쌀과 지초로 정성을 들인 지체 높은 홍주의 안주인으로 간재미가 간택될 만큼 격이 달라졌다. 서민들이 허기를 달래려고 막걸리와 함께 먹던 간재미가 아니던가. 회무침에는 막걸리식초 이용한다. 간재미무침에서 빠져서는 안 되는 것이 미나리와 오이다. 특히 겨우내 자란 향이 강한 미나리와 간재미는 찰떡궁합이다. 미나리나 오이가 귀했던 어린 시절에는 무를 채 썰어 무쳤다. 먹다 남으면 따뜻한 밥에 비벼먹어도 좋다. 간재미찜은 반쯤 말린 것이 생것보다 좋다. 회나 무침과 달리 껍질을 벗기지 않는다. 손질한 간재미를 냄비에 넣고 한 소금 찐 다음 미나리를 넣고 뜸을 들인 후 양념장을 올려 마무리한다. 쫄깃한 식감을 원하면 말린 간재미를, 부드러운 씹힘을 원하면 생것을 권한다. 말린 간재미는 쪄서 결을 따라 살을 찢은 후 야채를 넣고 무쳐먹기도 한다. 겨울에 홍어라면 봄철에는 간재미다.
글쓴이 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섬발전연구지원센터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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