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기행] 조연에서 주연으로 신분이 바뀌었다 민꽃게 게시기간 : 2024-09-04 07:00부터 2030-12-24 21:21까지 등록일 : 2024-08-27 09:58
재단법인 한국학호남진흥원
맛 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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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서해, 남해, 동해, 제주 등 어느 해안에서나 만날 수 있는 안내판이 있다. 그곳에는 ‘이곳은 어업면허를 받아 관리하는 마을어장으로 수산동식물을 포획·채취할 수 없으며, 위반하면 수산업법에 따라 민형사상 처벌을 받는다’라고 적혀있다. 조차가 큰 서해는 밤이면 전등이나 심지어 써치라이트를 갖추고 원정을 다니며 갯벌에서 해산물을 채취하기도 한다. 제주에서는 ‘해루질’을 둘러싸고 해녀와 비어업인 사이에 갈등이 심해지자 ‘비어업인의 수산자원 포획’ 관련 물량, 대상, 채취시간 그리고 벌칙까지 포함한 조례를 준비했다. 이러한 갈등의 틈바구니에서 많이 희생되는 해양생물이 민꽃게다. 전라도에서는 ‘돌게’나 ‘독게’라고 부른다.
민꽃게는 얕은 바다 혼성갯벌이나 돌이 섞인 갯벌에 서식한다. 남해안이나 서해안에 많이 서식하는 이유다. 특히 여수 인근 해역에서 많이 잡힌다. 집게다리는 좌우 크기가 같고 억세며, 마디에 날카로운 가시가 있어 먹이를 잡으면 다리가 떨어질지언정 놓지 않는다. 제1 걷는다리부터 제3 걷는다리는 물이 빠진 갯벌을 이동할 때 빠르게 이동할 수 있도록 발달했다. 그리고 제4 걷는다리는 꽃게와 마찬가지로 길이가 짧고, 끝이 넓고 납작해 노를 젓듯이 헤엄을 잘 친다. 또 등딱지는 딱딱해 조간대 상부에서 햇볕에 노출되어도 물이 들어올 때까지 견딜 수 있다. 그래서 물이 빠진 갯벌 돌 밑에서 잡고, 물이 들면 걸그물 놓아 잡는다. 어촌체험이나 해루질을 하는 사람들에게 잘 잡히는 이유다. * 집게발을 벌떡 들어 올려 ‘벌떡게’라요
<자산어보>는 민꽃게를 ‘무해(舞蟹)’를 했다. 속명을 ‘벌덕궤(伐德跪)’라고 한 것도 집게발을 벌떡 들어 올리는 모양을 보고 지은 것 같다. 어민들 중에는 민꽃게라고 부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독게(돌게) 혹은 ‘뻘떡게’라고 하는 사람이 많다. <자산어보> 속명도 어민들이 부르는 명칭을 가져온 것이다. <자산어보>에는 민꽃게 특징을 ‘마치 춤을 추듯이 집게발을 펼치고 일어서기를 즐겨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왼쪽 집게발은 매우 힘이 세며 크기는 엄지손가락만 하다’라는 설명은 사실과 다르다. 집게발은 양쪽 모두 크기가 같다. 한쪽 집게발이 큰 것은 농게이지만 ‘돌 틈에 있기에 조수가 물러가면 잡는다’라는 특징으로 볼 때 민꽃게를 설명한 것 같다. 충청도에서는 민꽃게를 박하지라고 부른다. 춤추는 모습을 상상한 것일까. 무당게라 부르는 지역도 있다. <자산어보>에 소개된 민꽃게 내용이다. 무해(舞蟹)【속명 벌덕궤(伐德跪)】 - 민꽃게
큰 놈은 타원형이고, 길이와 지금이 0.7~0.8척이다. 색은 적흑이다. 등딱지 가까이에 집게발이 양쪽으로 뿔처럼 나와 있는데, 왼쪽 집게발은 매우 힘이 세며 크기는 엄지손가락만 한다【일반적으로 집게발은 모두 왼쪽이 크고 오른쪽이 작다.】 마치 춤을 추듯이 집게발을 펼치고 일어서기를 즐겨한다. 맛은 달고 좋다. 항상 돌 틈에 있기 때문에 조수가 물러가면 잡는다. 민꽃게는 생김새가 꽃게를 닮았지만 크기가 좀 작다. 또 다섯 번째 발이 물 속에서 헤엄을 칠 수 있는 모양을 하는 것도 꽃게를 닮았다. 다만 꽃게처럼 좌우로 뾰족하게 튀어나온 ‘곶’, ‘꼬챙이’가 보이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민꽃게라는 명칭을 갖은 것도 ‘꼬챙이가 없는 꽃게’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껍질이 돌처럼 단단하다해서 돌게, 독게라고 했다고 한다. 그래서 게장을 담글 때는 집게발가락을 망치로 두들겨서 부시고, 게딱지와 몸통을 분리해서 담는다. 통째로 담근 후 분리하기도 한다. 태안과 서산에서 즐겨 먹는 게젓국 음식에 꽃게 대신에 민꽃게를 넣기도 한다.
* 꿩 대신 닭이 아니다 간장게장을 만들 때 꽃게보다 민꽃게를 많이 이용한다. 꽃게는 비싸서 상에 올리기가 어렵지만 민꽃게는 값이 헐고, 사계절 만날 수 있어 좋아한다. 육질이 부드럽고 양이 많은 것은 꽃게다. 꽃게살만 발라내 비벼먹을 수 있을 정도로 살이 풍성하다. 하지만 민꽃게는 살을 먹기 위함이 아니다. 장에 더 방점이 찍혀 있다. 장맛만 두고 평한다면 민꽃게가 으뜸이다. 살이 많은 꽃게는 뼈가 민꽃게보다 무른 탓에 시간이 지나면 장이 텁텁하고 감칠맛이 퇴색한다. 그래서 어느 정도 숙성되면 게와 장을 분리해서 냉동보관하기도 한다. 민꽃게간장게장은 그냥 두고 먹어도 좋다. 또 값과 양에 제한이 없으니 편하게 밥상에 올릴 수 있다. 조선후기 실학자 홍만선(1643-1715)의 <산림경제>에는 게장을 담는 방법이 아주 자세하게 기술되어 있다. 술지게미를 이용한 ‘糟蟹’, 좋은 술을 이용하는 ‘酒蟹’, 술과 초를 이용하는 ‘醬醋蟹’, 장을 이용하는 ‘醬蟹’, 술과 양념을 이용한 ‘法蟹’, 소금물을 끓여 담는 ‘沈蟹’, 막은 장에 소금을 치고 끓여 식힌 뒤에 게에 붓고 양념을 더하는 ‘藥蟹’ 등을 소개했다.
* 여수에 가면 게장정식 먹어야 한다 여수시 봉산동에는 게장 집 10여 곳이 모여 있다. 모두 돌게장 집이다. 최근에는 간장게장을 브랜드화한 전문 한정식집도 문을 열고 있다. 여수의 게장사랑은 유별나다. 그런데 왜 봉산동에 돌게장 집이 모여 있는 것일까. 봉산동은 원래 전라좌수영 무기를 제련하던 사철소가 있었다. 구봉산 아래 있는 마을이라 봉산동이라 했다고 한다. 대경도로 가는 배를 타려면 거쳐가는 곳이다. 봉산동은 국포리와 봉서리가 통합되어 만들어졌다. 국포리는 오늘날 국동이라 부르는 곳이다. 여수 여객선터미널이 전에는 많은 배들이 오갔던 곳이며, 바람이 불면 섬사람들이 하루 이틀 묵어가던 곳이었다. 그곳에는 수산업협동조합 위판장을 비롯해 잠수기어선 등 많은 고기잡이 어선들도 정박하고 있다. 이곳은 일찍부터 어시장이 형성되었고, 해산물을 기반으로 하는 식당들도 문을 열었다. 인근 섬의 연안과 바다에서 해산물이 모이는 곳이며, 통발로 잡은 돌게도 그 중에 하나다. 돌게장은 밥집 밑반찬으로 올랐다. 돌게값이 헐었던 시절이라 눈치를 보지 않고 더 달라할 수 있었다. 전라도 음식이 그렇듯이 여수 밥집 밑반찬은 더 게미가 있어 돌게장이 맛있다는 입소문이 퍼졌다. 여수에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자연스레 게장백반, 게장정식이 향토음식으로 자리를 잡았다. 여수에 속담 중에 ‘게 발에 덕석’이라는 말이 있다. 덕석은 멍석을 말하는 전라도 말이다. 가는 새끼를 꼬아 씨줄 날줄로 엮어 만들었다. 여기에 날카로운 게발로 기어가니 미끄러질 일 없다. 일이 순조롭게 잘 풀린다는 말이다. 또 게를 구입할 때 보름달이 뜰 때는 피해라는 말도 있다. 이 물때에 활동량이 많아 살이 별로 없기 때문이란다. 글쓴이 김준 전남대학교 호남학연구원 학술연구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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