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기행] 바다가 키우고, 하늘이 가격을 결정한다 다시마 2 게시기간 : 2024-05-31 07:00부터 2030-12-24 21:21까지 등록일 : 2024-05-28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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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 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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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집』 제12권 「북새기략」에는 다시마가 자라는 곳과 채취 방법 그리고 채취하는 사람들 순서까지 적어 놓았다. 『이계집』은 조선후기 문신 홍양호의 시가와 산문을 엮어1843년 간행한 시문집이다. 당시는 토지도 그렇지만 물고기를 잡는 어량이나 해조류를 채취하는 바위도 왕실 소유였다. 대신에 공을 세운 양반들에게 수취권을 주거나 일반인에게는 조세를 부과했다. 다시마 채취 순서가 병영, 지방관, 진장 순이다. 해조류는 다시마나 미역이 이에 해당한다. 채취하는 방법도 수경을 쓰고 물속에 있는 해조류를 확인하고 낫대로 베어냈다. 물이 탁하면 기름을 뿌려 이물질을 제거하기도 했다. 오늘날에도 창경을 이용해 물속을 들여다보고 낫대로 베어낸다. 다시마와 미역은 바닷속의 암초에서 나는데, 오직 명천 지방 및 경흥의 서수라곶(西水羅串)에만 있다. 매년 3, 4월에 채취하는데 파도 속으로 배를 타고 나가 수면에 생선 기름을 뿌리면 물밑까지 환히 보이니, 이때 장대로 거둬들인다. 병영(兵營)에서 먼저 채취하고, 그다음은 지방관이며, 그다음이 진장(鎭將)이다.
昆布海藿。生於海中暗嶼。惟明川地方及慶興之西水羅串有之。每三四月採。乘船中流。灑魚膏於水面。則洞見水底。乃以長木掇取。兵營先採之。其次地方官。其次鎭將。
또 『해동역사』 제26권 「물산지」에는 중국문헌에서 소개된 다시마를 자세하게 소개했다. 그 내용을 보면, ‘곤포는 고려에서만 난다’, ‘신라사람들은 곤포를 꼬아 새끼줄을 만들어 배 위 그늘에서 말려 중국으로 가져온다’, ‘발해에서는 남해 곤포를 귀하게 여긴다’, ‘고려는 곤포로 국을 끓인다’, ‘곤포는 해대를 말한다’ 등으로 소개하고 있다. 특히 본초도경을 인용해 곤포로 국을 끓이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적어 놓았다. 그 과정을 보면 쌀뜬물에 담가 하루 저녁을 묵혀 신맛을 제거하, 파, 소금, 초, 된장, 살가루를 넣어 끓인다고 했다. 조밥이나 쌀밥과 먹기 좋다고 덧붙였다. 곤포가 다시마를 언급하는지 미역을 이야기하는지 불문명하다.
* 날씨에 따라 울고 웃는 다시마 농사 완도는 김, 미역, 다시마를 아우르는 우리나라 3대 해조류 어장을 갖추었다. 지금은 미역은 기장, 김은 고흥과 진도와 해남에서 더 많이 양식을 하고 있다. 하지만 다시마는 생일도와 평일도를 중심으로 완도에서 약 70% 이상을 생산하고 있다. 완도 다시마 양식은 논밭 가을걷이가 끝나면 시작된다. 섬사람은 땅에 짓는 농사를 갈무리를 했지만, 더 중요한 바다농사가 남아 있다. 특히 생일도 바다는 다른 섬에 비해서 늦게 다시마 양식을 시작해 어장이 좋다. 논밭처럼 바다도 한 품목을 오랫동안 양식할 경우 어장이 노후화된다. 최근 양식기술이 발달하면서 먼 바다까지 양식장이 확대되고 있다. 덕분에 좋은 다시마 품질을 수확할 수 있다. 다시마 산지로 부산 기장도 유명하다. 기장바다는 미역과 함께 다시마가 빼곡하다. 기장 이동마을은 해안을 ‘바둑개’라 부른다. 검은 돌밭이 펼쳐져 붙여진 이름이다. 물양장이 마련되기 전에는 이곳에 다시마와 미역을 건조 시켰다. 생일도나 이동마을이나 다시마 철이면 고양이 손이라도 빌려야 할 만큼 바쁘다.
다시마 채취와 건조는 여름 장마가 오기 전까지 마쳐야 한다. 날씨가 도와주지 않으면 좋은 품질을 얻기 어렵다. 양이 많고, 다시마가 길고 크기 때문에 건조기에 의존할 수 없다. 그래서 다시마는 바다가 키우지만 가격은 하늘이 가격을 결정한다. 미역처럼 건조장을 준비하는 일이 중요하다. 연안에서 작은 규모로 할 때는 해안만으로 충분해지만, 지금은 밭은 물론이고 산도 다시마 건조장으로 바꾸고 있다. 잠잘 곳만 빼고 전부 다시마 건조장으로 이용하고 있다. 다시마가 일년 농사다. 바다 보고 웃고 하늘 보고 울기도 한다.
* 육수용부터 해조류박람회까지 다시마는 주로 감칠맛을 내는 식재료로 많이 이용한다. 채소가 귀한 섬이나 어촌에서는 삼겹살, 과메기, 회 등을 싸 먹기도 한다. 부각이나 튀각 외에 다시마밥을 짓기도 한다. 요리에 쓸 때는 윤기가 있고 도톰하며 바다 냄새가 나고 표면에 흰 분이 묻은 것을 고르는 것이 좋다. 칼로리가 매우 낮고 섬유질이 많아 조금만 먹어도 포만감을 느낄 수 있고 장운동도 활발하게 해 변비와 비만을 한 번에 해결하는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유명하다. 이는 다시마 성분의 20~30%를 차지하는 알긴산(alginic acid) 덕분이다. 다시마에 포함된 푸코이단(fucoidan)도 인기다. 미역이나 다시마처럼 미끌미끌한 점진물에 함유된 다당류를 말한다. 생리 작용을 활성화해 종양을 억제하고 바이러스 면역체계를 향상하며 콜레스테롤을 줄이는 효과도 뛰어나다. 이에 완도군은 다시마에서 푸코이단을 추출해 건강보조식품과 기능성 화장품도 만들고 있다. 완도에서는 2014년 ‘바다 속 인류의 미래, 해조류를 만나다’라는 주제로 첫 해조류박람회를 개최했다. 최근에는 김, 미역, 다시마 등 해조류 양식장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블루카본’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이미 열대지역 맹글로브, 갯벌 등 염습지, 해초류 등 국제사회에서 블루카본을 인정받고 있다.
글쓴이 김준 전남대학교 호남학연구원 학술연구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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