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기행] 난 조기새끼가 아니야, ‘황석어’라고 불러줘 확석어 게시기간 : 2024-07-23 07:00부터 2030-12-17 21:21까지 등록일 : 2024-07-19 10:13
재단법인 한국학호남진흥원
맛 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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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연안부두 수산시장에서 젓갈전을 돌아보다 한 가게 멈췄다. 조기젓이라 분명하게 쓰여 있다. 그런데 크기나 모양이 영락없이 황석어다. 고개를 갸우뚱하자 주인이 황석어 몇 마리를 가져와 조기젓 위에 올려주며 머리가 이렇게 다르다고 알려준다. 그런데 다시 봐도 비슷하다. 일행은 똑같다고 한다. 그래서 혹자들은 황석어를 두고 ‘조기새끼’라고 말한다. 하지만 둘은 서로 다른 종이다. 젓갈집 주인도 하루에 몇 번씩 황석어젓을 조기새끼라고 판다고 항의하는 사람을 만난다. 서유구의 《전어지》(佃漁志)’에 황석어(黃石首魚)는 ‘수원 평택 등 해연에서 산출되는데, 모양은 석수와 같으나 작고 빛깔이 심황색이다. 그 알은 크고 맛이 좋다. 소금에 절여 젓갈로 만들며, 서울로 북송되어 세력이 있고 신분이 높은 사람의 진귀하고 맛있는 음식이 된다’고 했다. 水原, 平澤等地海沿, 黃石首魚, 形如石首魚而小, 色深黃, 基䱊大而味佳, 鹽醃爲醢, 北輪于京, 爲豪貴珍膳
또 허균이 편찬한 《성소부부고》(惺所覆瓿藁) 제 26권, ‘도문대작(屠門大嚼)’에 황석어는 ‘서해에는 어디에나 있으며, 아산의 것이 가장 좋은데 삶으면 비린내가 안난다(西海皆有。而牙山絶佳。烹之無腥氣)’고 했다.
* 철을 잊지 않는 고마운 바닷물고기 황석어는 조기에 비하면 먹을 것이 없다. 머리가 크고 몸은 적으니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젓갈로 담아 놓으면 달라진다. 조기젓하고 비교할 바가 아니다. 값도 헐하니, 조기탕 대신에 황석어탕이나 조림으로도 인기다. 게다가 조기는 서해에서 일찍 사라졌지만, 황석어는 여전히 연안으로 회유하니 어부들에게는 이보다 고마운 자식이 어디 있겠는가. 황석어는 농어목 민어과에 속하는 바닷물고기이다. 모래가 섞인 갯벌을 좋아하며, 봄이면 수심이 얕은 서남해를 거쳐 서해로 회유한다. 새우를 잡는 닻자망이나 안강망을 이용해 잡는다. 이 어법은 조차가 크고 갯벌이 발달한 서해연안에 최적화된 그물어업이다. ‘자산어보’에 이청이 덧붙인 기록처럼 추수어가 어군을 형성해 몰려오면 배에 싣지 못한다고 했다. 이렇게 회유하는 어류가 많은 지역에서 파시가 형성되곤 했다. 파시 어종으로 조기와 민어 등과 함께 황석어도 포함된다. 전라남도에서 황석어 파시가 섰던 곳은 비금도와 자은도다. 비금도 송치나 원평, 자은도에 사월포에 ‘깡달이 파시’가 형성되었다. 황석어를 깡달이, 강달이, 황사리, 황새기, 깡치 등으로 부른다. 지금은 어촌이라 하기 무색할 정도지만 한때는 많은 어선들이 모여들었고, 잡화점과 술집과 어구점 등이 임시로 만들어졌다. 자산어보에는 황석어(黃石魚)를 보구치(甫九峙), 반애(盤厓) 등과 추수어(䠓水魚)에 포함시켰다. 추수어는 속명으로 조기(曹機)라 적었다. 그러니까 오늘 참조기, 부서, 수조기, 황강달이 등을 추수어로 분류한 것이다. 그리고 황석어를 ‘가장 작은 놈’으로 ‘길이가 0.4 내지 0.5척이며 꼬리가 매우 뾰족하다. 맛이 아주 좋다. 제철에 그물에 들어 온다’고 했다. 추수어는 이렇게 제철에 찾아오는 회유성 어류들을 칭한다.
* 젓갈에서 조림으로 그리고 튀김까지 황석어는 목포, 신안, 영광, 강화, 인천 지역 어시장에서 쉽게 젓갈로 만날 수 있다. 조선시대 문헌 《대동지지》에는 충청도 신창현(현 아산시)과 직산현(현 천안시) 토산으로 황석어를 기록했다. 또 종묘의궤 제4책에는 3월 천신 품목으로 황석어를 꼽았다. 청나라 사행록 《경오연행록》 권2(영조 27, 신미) 6일(계유)에 ‘감기와 치통으로 식을 전폐하던 황재가 황석어로 반찬을 만들어 주니 밥을 먹었다’고 기록했다. 경오연행록은 숙종 때 과거에 급제하여 부제학과 대사헌 벼슬을 한 황재(1689년 ~ 미상 )가 영조 때 진주사 서장관과 동지부사로 청나라를 다녀와 쓴 기행문이다.
지금은 황석어를 목포, 신안, 영광과 인천 옹진 지역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아산지역은 아산만방조제와 삽교방조제로 물길이 막히면서 아산만이 당시와 전혀 다른 환경으로 변한 것도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자산어보》에서 이청인 덧붙인 것처럼 ‘이 물고기(추수어)는 때를 따라 물을 쫓아오기 때문에 추수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다’라고 적고, ‘추수어 떼를 만나면 배에 다 싣지 못한다’고 했다. 조기는 칠산바다에서 만나지 못하지만, 그나마 황석어라도 제철에 그물이 들어오니 얼마나 다행인가. 전장포와 비금도 원평 지역은 추수어 중 으뜸인 조기가 많이 잡혔던 곳이다. 이젠 그곳에서도 조기는 잡히지 않는다. 다행스럽게 황석어는 잡히고 있지만 어획량은 크게 줄어 값이 조기 못지않다.
전장포는 신안지역만 아니라 우리나라 새우젓 산지로 유명한 곳이다. 지금은 접근성과 유통 사정 등으로 송도(신안군 지도읍 소재)에서 새우젓 등 젓갈이 경매되고 도소매로 유통되고 있다. 황석어젓도 이곳을 통해 많이 유통된다. 이제 냉장보관 및 유통 기술이 발달하면서 젓갈이 아닌 생물 황석어가 당일 서울까지 도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오뉴월이면 젓갈보다 생물 황석어를 보내느라 바쁘다. 아이스박스 밑에 얼음을 넣고 황석어를 올리고 다시 얼음을 채워 밀봉한다. 황석어 철이면 신안에서 서울로 가는 버스에는 승객보다 황석어가 더 많이 자리를 차지 않을까 싶다. 혹시라도 이 계절에 목포나 신안을 찾는다면 좌고우면하지 말고 황석탕을 드시길 추천한다.
글쓴이 김준 전남대학교 호남학연구원 학술연구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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