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 길을 열다] 천인지분(天人之分), 하늘의 일과 사람의 일은 다르다! 게시기간 : 2019-08-05 07:00부터 2030-01-01 16:30까지 등록일 : 2019-08-01 16:31
재단법인 한국학호남진흥원
선비, 길을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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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자는 인간의 본성이 악해도 선하게 될 수 있음을 확신하였다. “성(性)이란 내가 어떻게 할 수 없어도 변화시킬 수 있고, 쌓아감[積]이란 나에게 본디 없는 것이지만 해낼 수 있다.”1) 쌓아감이란 다름 아닌 끊임없는 배움이다. “반걸음 한 걸음씩 쌓아가지 않으면 천 리를 갈 수 없고, 작은 시내가 모이지 않으면 강과 바다를 이룰 수 없다.”2) 따라서 맹자와 순자는 배움[學]의 방향 과정이 달랐다. 맹자가 선성(善性)을 갖춘 마음을 찾아가는 ‘구방심(求放心)’에 두고 천지와 호흡하는 호연지기(浩然之氣)를 고창하였다면, 순자는 마음 밖의 규범 먹줄이나 숫돌 같은 장치가 필요함을 강조하였다. “나무는 먹줄을 받아야 곧아지고, 칼[金]은 숫돌에 갈아야 날카로워진다.”3) 청출어람(靑出於藍), 빙한어수(氷寒於水) 또한 순자의 어록이다. “배움을 중단할 수 없다. 푸른 물감은 쪽을 취했어도 쪽보다 더 푸르고, 얼음은 물이 만들었어도 물보다 더 차갑다.”4) 공자의 후생가외(後生可畏)는 은근한데, 순자는 살점을 꼬집는 듯하다. 실로 배움을 향한 열의는 써늘할 정도다. “배움의 뜻을 따르면 사람이 되고, 그렇지 않으면 짐승이 된다.”5) 학행일치(學行一致)의 다짐은 오늘도 시원하다. “듣지 아니함은 듣는 것보다 못하고, 듣기만 함은 보는 것보다 못하고, 보기만 함은 아는 것보다 못하고, 알기만 함은 행하는 것보다 못하다. 배움은 행함에 이르러서야 그치는 것이다. 실행하면 밝아진다.”6) 순자는 인간의 능동적 실행, 객관적 자각을 한껏 끌어올렸다. “사람이 근본에 힘쓰고 절약하면 하늘이 가난하게 하지 못하고, 기르는 법을 갖추고 때에 맞춰 행동하면 하늘이 병들게 하지 못하며, 도를 닦고 어긋나지 않으면 하늘이 재앙을 내리지 못한다.”7) 길흉화복은 사람 하기 나름, 더구나 사람이 춥다고 하늘은 겨울을 없애주지 않는다! 그렇다면 추위가 싫다고 사람은 ‘하늘을 원망할 수 없다.’ 추위는 하늘의 일이지만 추위를 이기는 일은 사람에게 있기 때문이다. 하늘의 일[天職]이란 ‘행하지 않는데도 이뤄지며, 구하지 않는데도 얻어질 뿐’이다. 따라서 덕이 아주 높은 지인(至人)은 ‘하늘과 사람의 구분[天人之分]을 분명히 알고서, 그것들이 비록 심오하고 위대하고 정묘해도 더는 걱정하지 않고, 더는 해보자고 하지 않고, 더는 살피지 않는다. 지인은 하늘과 직무를 다투지 않는다.’8) 또한 ‘군자는 자기에게 있는 것을 공경하지 하늘에 있는 것을 사모하지 않는다. 소인은 자기에게 있는 것을 놓아두고 하늘에 있는 것을 사모한다.’9) 순자의 ‘하늘 따로, 사람 따로’는 합리적 실용지성의 새로운 지평이었다. 다음은 앤더스 그레이엄이 시로 읽고, 리쩌허우가 ‘인생의 송가(頌歌)’로 감탄한 구절이다.10)
이렇듯 순자는 하늘을 조물주이며 인격신인 상제(上帝=Heaven)가 아니라 물리적 하늘, 자연천(自然天=sky)으로 바꿔놓았다. 하늘을 분석, 관찰, 이용하는 대상으로 상대화시킨 것이다. 그러면서 예의로써 이룩되는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사언시(四言詩)에 멋들어지게 담았다.
순자의 합리적 치세 경륜은 파급력이 컸다. 한나라 공자 비(非)가 배웠다. 그러나 따르지 않았다. 순자는 사람의 본성이 비록 악해도 선할 수 있지만, 한비자는 절대 선해질 수 없고 ‘호리심’은 바뀌지 않는다고 믿었다. 예를 들어 ‘수레를 만드는 사람이 남이 부자 되기를 바라는 것은 인자해서가 아니라 수레를 팔고자 함’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형(刑)과 상(償), 법(法)과 술(術)이 아니면 나라를 다스릴 수 없다. “밝은 군주가 신하를 제압하는 권력은 형(刑)ㆍ덕(德)뿐이다. 형은 살육이며 덕은 포상이다.”(二柄) “군주의 큰 물건은 법(法)이 아니면 술(術)이다. 법률은 백성에게 알려야 하므로 분명해야 하고, 술수는 가슴에 숨겼다가 신하를 제압해야 하므로 남에게 보여줄 수 없다.”(難三) 한비자는 현자, 옛 어진 임금[先王]을 철저하게 부정하였다. “현자를 임용하면 신하들이 현자에 편승하며 군주를 겁박한다.”(二柄) “신하가 선왕의 후덕함을 칭송함은 지금의 군주를 비방하는 것이다.”(忠孝) 아울러 군주와 신하 사이를 끊임없이 이간질하였다. “황제는 윗사람과 아랫사람은 하루에도 백 번 싸운다고 말씀하였다.”(揚搉) “아내가 가깝고 자식이 친해도 믿지 못하는데 그 나머지는 하나도 믿을 게 없다.”(備內) 핵심은 군주의 지고무상, 절대 왕권의 확립이었다. “사방의 신하에 일을 맡기고 중앙의 군주가 요체를 장악한다. 事在四方 要在中央”(揚搉) “국가는 군주의 수레이며 세는 군주의 말이다. 國者君之車也, 勢者君之馬也”(外儲說 右上) 훗날의 진시황 영정(瀛政)에게 볼모로 잡힌 한비자는 자신이 올린 계책 때문에 동문수학한 이사(李斯)에게 죽임을 당하고 3년 후 자신의 고국마저 사라졌다. 한비자 사후 순자는 몇 년을 더 살았다. 열국 정복에 나선 진나라의 활화산 같은 굴기를 목격하였다. 무슨 생각을 하였을까? 노자를 다음과 같이 평가한 바 있다. “노자는 굽힘[詘]은 인식하였으나 펼침[伸]은 인식하지 못하였으니 그렇다면 귀천의 구분이 없다.”11) 소극적 무위(無爲) 겸허(謙虛)만 앞세우면 적극적 인위, 예의 법도의 제정을 통한 상하 질서 확립에 도움이 되지 않음을 지적한 것이다. 한비자의 사상 연원과 귀결은 노자(老子)였었다. 1) 『순자집해』 2, 儒效 “性也者 吾所不能爲也 然而可化也, 積也者 非吾所有也 然而可爲也”
2) 『순자집해』 1, 勸學 “不積蹞步 無以至千里 不積小流 無以成江海” 3) 『순자집해』 1, 勸學 “故木受繩則直 金就礪則利. 君子博學而日參省乎己 則知明而行無過矣.” 4) 『순자집해』 1, 勸學 “學不可以已, 靑取之於藍 而靑於藍, 冰水爲之 而寒於水” 5) 『순자집해』 1, 勸學 “學數有終 若其義則不可須臾舍也. 爲之 人也, 舍之 禽獸也.” 6) 『순자집해』 2, 儒效 “不聞不若聞之, 聞之不若見之, 見之不若知之, 知之不若行之, 學至於行之而止矣. 行之 明也.” 7) 『순자집해』 4, 天論 “彊本而節用 則天不能貧. 養備而動時 則天不能病. 脩道而不貳則天不能禍” 8) 『순자집해』 4, 天論 “天行有常…不可以怨天,其道然也. 故明於天人之分 則可謂至人矣. 不爲而成,不求而得,夫是之謂天職. 如是者 雖深 其人不加慮焉, 雖大 不加能焉, 雖精 不加察焉, 夫是之謂不與天爭職.” 9) 『순자집해』 4, 天論 “君子敬其在己者 而不慕其在天者. 小人錯其在己者 而慕其在天者.” 10) 『순자집해』 4, 天論; 앤더스 그레이엄, 나성 옮김 『도의 논쟁자들』 2001. 새물결; 李澤厚, 정병석 옮김, 『중국고대사상사론』, 한길사, 2005. 11) 『순자집해』 4, 天論 “老子有見於詘, 無見於信. …有詘而無信 則貴賤不分” 글쓴이 이종범 (재)한국학호남진흥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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