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기행] 인연이 닿아야 볼 수 있는 귀한 손님 새조개 게시기간 : 2024-03-15 07:00부터 2030-12-17 21:21까지 등록일 : 2024-03-11 10:49
재단법인 한국학호남진흥원
맛 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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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면 즐겨 찾았던 패류가 꼬막과 새조개다. 그런데 이젠 편하게 먹기 힘들다. 꼬막 값이 너무 비싸다. 새조개는 더 비싸다. 벌교시장을 한 바퀴 돌아보고 새꼬막만 한 바구니 사들고 왔다. 다른 사람들도 새조개 가격만 물어보고 입맛만 다시다가 그냥 간다. 새조개는 왜 이렇게 비싸진 것일까. 새조개로 유명한 여수중앙시장이나 넙머리도 마찬가지이다. 1킬로그램에 7, 8만 원이다. 9만원에 판매되는 상급 새조개도 있다. 아이들을 포함해 한 가족이 새조개를 맛보려면 20만 원은 기본이다. 좀 먹었다 싶으면 30만원은 금방 넘어갈 것 같다. 그래서 새조개삼합이 등장할 것일까. 물론 여기에도 돼지고기가 아니라 소고기를 더하고 키조개 등을 올린다면 그 비용도 만만치 않다. 시장을 찾은 사람들이 입맛만 다시고 고개를 돌리는 이유다. 겨울손님이 제철에 이렇게 비싸면 되나 싶을 정도다. 봄바지락이 기다려진다.
* 새가 물속으로 들어가 조개로 변신한다! <자산어보>에는 새조개를 ‘작합(雀蛤)’이라 하고, 속명은 ‘새조개(璽雕開)’라 했다. 흑산도나 우이도 해양환경과 새조개 서식환경을 생각할 때 손암이 직접 새조개를 직접 보았을까 싶다. 새조개를 ‘참새가 변한 것 같다’하고, 알로 낳는다고 적었다. 큰 놈은 지름이 0.4~0.5척이다. 껍데기가 두껍고 매끄러우며, 참새 빛깔에 무늬까지 참새 털과 비슷해 참새가 변한 듯하다. 북쪽 지방에는 매우 흔하지만 남쪽 지방에서는 희귀하다. 일반적으로 껍데기가 두 개 합쳐진 조개를 합(蛤)이라 한다. 이들은 모두 속에 묻혀 있으며 알로 낳는다.
그렇다면 진해만으로 유배되었던 김려가 기록한 <우해이어보>는 어떻게 기록했을까. 우해는 진해를 말하며, 진해만에 이상한 물고기를 기록한 책이다. 김려는 새조개를 특정해서 언급하지는 않았다. 다만 중국의 ‘경서(經書: 禮記)’를 인용해서 ‘꿩이 바다로 들어가면 신(蜃) 즉 큰 조개가 되고, 참새가 물속에 들어가면 작은 조개 합(蛤)이 된다’고 했다. 그리고 ‘조개는 알에서 태어나는 것이 아니고 모두 날아다니는 새가 변신한 것’이라고 했다. 또 ‘날짐승은 모두 조개로 변화할 수 있으니, 새들 털 색깔이 조개껍질의 색이 된다’고 했다.
* 비가 와야 새조개 풍년든다 새조개 서식하는 가막만이나 여자만이나 천수만은 내만이다. 민물이 적당하게 유입되고, 영양염류가 풍부하지만 오염되지 않아야 한다. 주민들은 참갯벌이 있는 곳에 서식하는 참 까다로운 조개라고 입을 모은다. 외해에서는 잡히지 않는 조개다. 껍질이 얇고 쉽게 부서지기에 채취할 때도 매우 조심스럽다. 조개류가 다 그러지만 껍질이 깨진 것과 오롯이 있는 조개의 값은 다르다. 그래서 채취한 조개를 분류할 때, 크기는 물론 껍질이 훼손되지 않는 ‘완패’와 훼손된 ‘파치’를 구분한다. 여수에서 하룻밤 머물고 아침을 먹기 위해 중앙시장 근처 시장을 찾았다. 중앙시장은 선어 위판장으로 유명하지만 겨울철에 새조개도 많이 들어온다. 여수에서는 신월동 넙너리, 고소동이 유명하다. 중매인들이 즐겨 찾는 식당에서 아침밥상을 먹는데 주인이 중매인에게 ‘새조개 꼬지를 만들려는데 언제가 좋아요. 지금은 제일 비쌀 때요. 목포 것으로 할쇼. 목포는 좀 싸요.’라고 물어본다. 그쪽은 알이 실하지 않아서 여수 것보다 싸요. 여수 새조개가 인기 높은 이유를 알 수 있는 말이다. 지난밤 만난 새조개를 손질하던 주민의 말도 생각난다. ‘여그 새조개가 전부 축제하는 곳으로 가요. 서해에서 축제하잖아요’. 아마도 남당항 새조개 축제를 두고 하는 말 같았다. 그래도 몇 년 만에 새조개가 많이 찾아왔다고 반긴다. 국내 새조개 주산지는 여자만과 득량만 그리고 천수만이다. 천수만에서는 12월부터 3월 봄까지 새조개를 잡는다. 이때 맞춰 새조개 축제를 개최하기도 한다. 최근 여수 한 경매장에서 50여 킬로그램 한 상자에 100여 만원에 판매되었다. 파치는 80여 만 원이다. 중매인은 같은 새조개 목표에서는 완패가 60여 만원 정도 할 것이라고 한다. 살이 오른 조개와 그렇지 않은 조개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 금년에는 새조개가 많이 나온다고 일러줬다. 새조개의 풍흉은 여러 요인들이 작용해 전문가들도 예상하기 어렵다. 다만 겨울에 비가 오지 않고 가뭄이 지속될 때는 새조개가 귀하다. 농작물만 비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갯밭에 서식하는 조개들도 비가 와야 잘 자란다. 뭍에서 내려오는 영양염류 양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또 비나 눈이 포함한 영양분도 큰 영향을 미친다. 금년에 비가 새조개 성장에 큰 영향을 준 것이다. 주민들이 로또로 생각할 정도로 예상할 수 없기 때문에 어장을 마련해 두고 5년 혹은 10년을 기다리기도 한다. 그 사이에 키조개나 피조개 등을 넣어 양식을 하기도 한다.
* 조개 중 최고 수영선수, 무리 지어 새떼처럼 이동한다 새조개를 채취하는 어구는 형망이다. 배 양쪽에 갯벌을 긁을 수 있는 어구에 조개를 담을 망을 매달려 있다. 이 형망을 선박 좌우현에 매달아 물 속으로 집어 넣거 긁는다. 긁어 올린 조개를 쏟아내 새조개만 선별을 한다. 새조개는 패각에 방사상 주름이 40, 50개 정도 있으며 껍질에 털이 나 있다. 이렇게 껍질에 털이 있는 조개는 새조개 외에 새꼬막, 피꼬막 등이 있다. 게 중에 수영선수를 뽑는다면 꽃게다. 그렇다면 조개 중에는 누가 될까. 새조개다. 부리라고 말하는 발이 어느 조개보다 길다. 조개를 까보면 그 모양이 새 부리 모양이라 새조개라고 이름이 붙여진 것이다. 이 발이 옛날 배를 움직이는 노와 같은 역할을 한다. 길고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으니 멀리까지 이동한다. 새조개는 자웅동체다. 일년정도 자라면 보통 6월부터 12월 사이에 산란을 한다. 한번 이동하면 3미터를 간다. 새조개는 사람만 아니라 소라나 주꾸미도 즐겨 찾는 조개다. 여수에서 만난 어민은 이 새조개가 가막만으로 갈지 여자만으로 갈지 득량만으로 갈지 알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장흥에서 잡히면 장흥새조개, 여수에서 잡히면 여수새조개, 율포에서 잡히면 보성새조개가 되는 것이다. 다만 새조개는 양식을 할 수 없으니 100% 자연산이다. 여수 고소동 골목, 어두운 불빛 사이라 빼꼼하게 열린 창문으로 불빛이 쏟아진다. 안에서 새조개 껍질을 까는 작업이 한창이다. 모처럼 여수 바다에 새조개가 많이 찾아왔다. 새조가 어장을 가지고 있는 어민들은 ‘로또’라고 표현한다. 그만큼 새조개가 돈이 되는 조개다. 우리 바다에서 채취하는 조개 중에 가장 비싼 조개로 알려져 있다. 또 무리지어 이동하기 때문에 같은 바다라도 어느 갯벌에는 새조개가 풍년이지만 그 옆 갯벌은 흉년일 수도 있다. 어민들이 로또라고 표현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 새조개 삼합, 새조개 데침(샤브샤브) 새조개 음식으로 즐겨 먹는 음식은 살짝 데쳐 먹는 ‘샤브샤브’를 즐긴다. 달짝지근한 맛은 데침으로 달콤함이 더해진다. 겨울에 나는 시금치나 배추 등을 곁들이며 좋다. 다음으로 삼합이다. 삼합은 준비하는 재료에 따라 조합이 달라진다. 소고기와 키조개를 넣기도 하고, 돼지고기로 대신하기도 한다. 겨울철에 많이 나오는 굴을 더하는 것도 좋다. 새조개가 비싼 탓에 양을 늘려 먹기 위해 삼합을 즐긴다. 새조개는 일본 사람들이 좋아하는 조개다. 특히 초밥에 올려 즐겨 먹는다. 새조개는 살이 얼마나 찼는가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 여수 중앙시장에 판매되는 가격을 보니 500그램에 4만원 내외에서 거래된다. 1킬로그램은 9만원 정도다. 채취한 당일이라면 회로 먹어도 좋지만, 하루라도 지났다면 샤브샤브로 즐기거나 구워 먹길 권한다. 4인 가족이 먹으려면 새조개만으로는 어렵다. 보통 손질된 새조개가 7, 8만원 혹은 그 이상을 호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조개삼합으로 많이 먹는다. 여수 건어물시장에서 조개를 꼬지로 만들어 건조해 팔기도 한다. 바지락이나 홍합은 끼워서 말린 것을 간혹 보았다. 홍합은 제물로 올리기도 한다. 그런데 홍합은 분명 아니고, 바지락이라 하기에는 알이 굵은 조개를 끼운 꼬지를 보고 개조개가 아닐까 싶어 물었다. 주인은 새조개라고 일러줬다. 비싼 새조개를 이렇게 말려서 팔면 누가 사갈까. 제삿날 올리는 제물로 사가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제물은 일상으로 먹는 것보다 귀하고 좋은 것을 올리고, 비용을 지출하는데 인색하지 않는 탓이다. 새조개는 껍질을 깠을 때 부리가 까맣고 윤택이 좋은 것이 싱싱하다.
글쓴이 김준 전남대학교 호남학연구원 학술연구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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