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기행] 어민들 밥상을 탐하지 말라 거북손 게시기간 : 2024-04-19 07:00부터 2030-12-17 21:21까지 등록일 : 2024-04-09 10:59
재단법인 한국학호남진흥원
맛 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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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손은 절지동물에 속한다. 절지동물은 마디가 많은 동물로 많은 곤충, 거미류, 갑각류 등을 포함한다. 이들이 지구상에 등장한 것은 캄브리아기이며, 오늘 지구상에 존재하는 동물의 80%가 절지동물이다. 간혹 자연사박물관이나 전시관 등에서 볼 수 있는 돌 속에 갇힌 삼엽충도 절지동물이다. 그런데 거북손이 절지동물이라는 점이 더 놀랍다. 거북손은 갯바위 바위틈에 무리 지어 살고 있어 떼어내기 쉽지 않다. 칼이나 빗창이나 호미 등 도구없이 채취할 수 없다. 거북이 손을 닮아 거북손이라 부른다. 일본어로 카메노테(亀の手)도 같은 의미이다. 거북손이 서식하는 곳은 파도가 거칠고, 바닷물이 빠지면 여름에는 뜨겁고 겨울에는 차가운 열악한 환경이다. 거북손 중 먹는 부분은 자루 부분에 속살이다. 조갯살과 비슷해 한때 연체동물로 분류했다. 하지만 윗부분 각판(거북이 손을 닮은 모양)을 열어보면 덩굴 같은 여섯쌍의 다리가 있어 절지동물로 분류한다. 그것이 먹이를 섭취하는 흉지라 부르는 다리다. 다리 밑에 입과 소화관으로 연결되어 있다.
‘자산어보’는 거북손을 오봉호(五峯蠔), 속명은 ‘보찰굴(寶刹堀)’이라 했다. 흑산도에서는 지금도 보찰이라 한다. 거북손은 ‘바위틈’에 서식하며, 바닷물이 들어오면 ‘봉우리를 열어 털로 먹이활동을 한다’고 했다. 서식지와 먹이활동을 잘 설명한 것이 돋보인다. 사실 손암이 이야기 한 것처럼 그 맛은 달다. 같은 책에 덧붙여 글을 쓴 이청은 크기를 ‘처음에 주먹만 하고, 자라면 10-20척에 이른다. 살 한 덩어리가 큰 것은 말발굽만 하다’고 했다. 그렇게 큰 거북손은 보지 못했다. 아래 내용은 손암이 기록한 내용이다. 큰 놈은 너비가 0.3척 정도다. 다섯 봉우리가 평평하게 배열되어 있는데, 이 중 양쪽 밖의 두 봉우리는 낮고 작으며 그 다음 두 봉우리를 감싸고 있다. 이다음 두 봉우리가 가장 크며 가운데 봉우리를 감싸고 있다. 가운데 봉우리와 양쪽 밖의 작은 봉우리들은 모두 두 개가 합쳐져서 껍데기를 이룬다. 색은 황흑이다. 봉우리의 뿌리는 껍질로 주위가 싸여 있다. 그 껍질은 유자 같아 촉촉하고 윤기가 흐른다. 바위틈의 좁고 더러운 곳에 뿌리를 내려 바람과 파도를 막는다. 속에는 살이 있는데 살에도 붉은 뿌리와 검은 털이 있다(털은 물고기의 아가미와 같다). 조수가 이르면 그중 큰 봉우리를 열어 털로 이를 받아들인다. 맛은 달다.
* 인생역전, 뭍으로 올라온 거북손 주민들 밥상에 올랐던 거북손이 어떻게 식당밥상에 올랐을까. 또 상품으로 판매되었을까. 그 일등공신은 예능프로그램이다. 거북손 존재를 모르던 도시민들도 알 정도로 유명해졌다. 외딴 섬에서 자급자족 먹방프로그램을 진행하며 큰 인기를 누렸던 예능프로그램이다. 칼로 거북손을 채취하는 모습과 삶아 먹는 것으로 프로그램을 내보냈다. 낚시객들이 갯바위에서 거북손을 채취해 담아온다는 말은 들었지만, 방송 이후에는 도시민들마저 나서는 일이 생겨났다. 이후 다양한 먹방 프로그램이나 여행방송에서 거북손은 단골손님으로 출연했다. 거북손만 아니라 삿가조개, 군소 등 섬 주민들 밥상에 오르던 식재료는 육지에 상륙했다. 그래서 손을 많이 타는 갯바위에는 거북손이나 삿갓조개 큰 것들은 찾기 어렵다. 사람들 손을 덜 타는 외진 곳에 가야 큰 거북손을 만날 수 있다. 홍합이 그랬듯이 거북손도 어민들 갯밭에서 사라질까걱정이다. 산속의 삶을 프로그램으로 만든 방송을 보면 ‘임야 주인의 허락을 받아 촬영했다’는 자막이 함께 나온다. 마찬가지로 바다나 갯바위에서 채취하는 프로그램을 할 때는 ‘이곳 바다는 마을어장으로 어촌계와 협의해 촬영했다’는 안내를 보냈으면 했다. 지금도 많은 낚시객이나 여행객들이 갯바위에서 무시로 거북손, 삿갓조개, 홍합 등을 채취하고, 자연산 돌미역과 톳을 뜯어간다. 바다에 주인이 어디 있느냐고 하지만 마을어업 허가를 받은 곳은 해당 지역 어민이나 어촌계원들이 우선 채취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 그들에게 갯밭은 농촌에 텃밭과 같은 곳이다.
* 영산도 보찰 찜, 독거도 거북손 무침 거북손을 처음 제대로 맛본 곳은 영산도다. 영산도는 국립공원에 속하는 마을이다. 신안군 흑산면 영산리에 있는 섬이다. 국립공원에 포함된 마을들은 재산권과 신개축 불편함등을 이유로 주민들 요청에 의해 공원구역에서 제외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립공원 포함된 마을들이 있다. 이들 마을 중에서 주민들 의지와 마음 자원 등을 고려해 국립공원공단이 지원한 마을활성화 사업이 ‘명품마을’이다. 영산도가 초기에 명품마을로 지정되어 주목을 받았고, 청와대까지 다녀오기도 했다. 이후 국가생태관광지로 지정되기도 했다. 이 마을에 갔다가 섬밥상을 받았다. 그때 밥상 중앙에 올라왔던 음식이 거북손이었다. 물론 그 전부터 거북손의 존재를 알기를 했지만 밥상에 떡하니 올려 놓고 먹어본 것은 처음이었다. 거북손무침으로 인상이 깊었던 곳으로 진도군 조도면 독거도다. 독거도는 진도곽이라는 이름의 주인공인 돌미역 산지다. 진도에서 진도곽 명품을 채취할 수 있는 섬으로 독거도와 맹골도 등 주변 섬을 꼽는다. 모두 바다가 거칠고 조류가 거센 곳이다. 미역농사를 짓고 있는 안씨부부를 만나러 갔다가 갯것으로 차려낸 밥상을 만났다. 그때 내놓은 것이 거북손무침이다. 부추를 더해서 무쳐낸 것이다. 갯바위에 붙은 고둥이나 군부 등도 이들 섬주민들에게는 반찬이다. 다음으로 거북손을 맛본 곳은 여수 금오도다. 금오도는 여수에서 가장 큰 섬이자 갯바위가 발달한 섬이다. 미역, 톳, 군부, 군소, 삿갓조개 등 조간대 생물들이 서식지가 좋다. 주민들은 봄이면 이들을 채취해 반찬을 이용했다. 이렇게 차려낸 여수밥상을 갯가밥상이라 이름을 붙이기도 했다. 여수 갯가밥상으로 금오도 밥상이 유명하다. 여수에서도 거북손을 보찰이라 부른다.
글쓴이 김준 전남대학교 호남학연구원 학술연구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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