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기행] 오른 손에 술잔을, 왼손에 집게발 : 니들이 게 맛을 알어 꽃게 게시기간 : 2023-10-13 07:00부터 2030-12-17 21:21까지 등록일 : 2023-10-10 09:52
재단법인 한국학호남진흥원
맛 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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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의 술꾼 이백도 ‘달 아래 홀로 술 마시며 / 月下獨酌’이라는 시문에 ‘게 집게발은 신선의 금액이고, 술지게미 언덕은 봉래산이네 / 蟹鰲卽金液 糟丘是蓬萊’라고 했다. ‘해오蟹鰲’는 게의 앞발을 말한다. 진나라에 필탁이라는 관리가 있었다. 그는 진서(晉書)에 ‘오른손에는 술잔을 들고 왼손에는 게의 집게발을 들고 배에 앉아 있으면 부러울것이 없다’고 했다. 더 나아가 그렇게 생을 마치고 싶다고 원했다고 한다. 이 시문의 금액金液은 불로장생의 영약 금단을 제조하는 것으로 도사가 복용하는 단약이나 좋은 술을 지칭한다. 집게발 속에 든 속살의 진미가 어떠했으면 최고의 안주로 꼽았을까. 더구나 배 위에서 먹는 맛이야 더 말할 필요가 없다. 다산도 흑산으로 유배되기 전, 장기에서 유배생활을 할 때, 그곳에서 꽃게와 관련된 시문을 짓기도 했다. 다산시문집 제4권에 수록된 ‘추회(秋懷)8수’에 수록된 ‘신유년 가을 장기에 있으면서’라는 시에는 ‘꽃게의 엄지발이 참으로 유명한데 / 紅擘蝤蛑儘有名 ’라는 내용이 있다. 가을은 꽃게의 계절이다.
* 좋은 일을 부르고, 삿된 것을 물리친다 조선시대 물고기와 갑각류(특히 게)가 화원의 그림 소재로 등장하곤 했다. 이런 그림을 어해도(魚蟹圖)라고 한다. 민화에서도 종종 등장한다. 물고기는 다산과 출산을 상징하고, 게는 과거시험에서 장원을 의미하는 갑(甲)으로 받아들였다. 또 물고기는 길상벽사(吉祥辟邪)를 상징하기도 한다. 길상은 ‘길상유상(吉祥有祥)의 줄임말로 좋은 일이 있을 징조를 말하며, 벽사는 삿된 것을 물리치는 행위를 말한다. 잠잘 때도 눈을 드고 자는 물고기의 특성이 항상 그릇된 것을 경계하는 것으로 믿었다. 장롱이나 문갑 등의 열쇠고리를 물고기 문양으로 만든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조선말기 화가로 개화기에 활동했던 장승업(1843-1897)은 ‘화조영모어해도(花鳥翎毛魚蟹圖)’에 게 그림이 한 폭에 담겼다. 이 어해도는 화조, 노안, 동물, 어해 등 여러 소재를 그린 병풍으로 잡화병(雜畵屛)으로 분류한다. 조선시대 여러 종류의 물고기와 조개 등을 그린 장한종(張漢宗, 1768-1815) 어개화첩(魚介畵帖)의 2면에는 가오리와 꽃게가 그려져 있다. 다른 화원의 게 그림은 꽃게로 특정하기 어렵지만 장한종의 게 그림은 꽃게의 특징이 잘 드러나 있다. 그의 작품은 실물을 관찰하여 그린 사실성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리 속담에도 게가 자주 등장한다. 게의 행동을 관찰해 인간의 행동이나 생활 속에 적용해 만든 것들이다. 음식을 매우 빨리 먹어 버리는 모습을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하다’라고 했다. 타고난 성품은 어쩔 수 없어 본성이 흉악한 사람은 어려서부터 남을 해친다는 ‘게 새끼는 집고, 고양이 새끼는 할퀸다’는 말도 있다.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가지고 있는 것도 잃었다는 뜻의 ‘게도 구럭도 다 잃었다’말도 있다. 독 속에 든 게들이 밖으로 기어나올 때 다른 게가 다리를 붙들고 끌어 내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너 죽고 나 살려다 너 죽고 나 죽는 식이다. 이를 두고 ‘독 속에 게’라고 했다. 이외에도 임산부에게는 아이가 옆으로 걸을까봐 게를 주지 않았다는 ‘게걸음’, 화가 나고 흥분하면 ‘게거품을 문다’는 표현도 즐겨 사용하고 있다. 또 '길 떠나는 나그네 꽃게는 쳐다보지도 말라'고 했다. 남성들에게 보양식으로 좋기에 나온 말이란다. 그런데 꽃게가 남자들에게만 좋은 것이 아니다. 피부미용에 좋고, 아이들에게도 최고다. 칼슘, 철분, 인이 많아 여자들과 아이들에게 좋은 음식이다. 또 소화에 아주 좋다. 예로부터 '꽃게 먹고 체한 사람 없다'고 했다. 또 바닷가마을에서는 꽃게의 등딱지를 대문에 걸어 놓고 액운을 물리치기도 했다. 날카로운 가시는 귀신의 침입을 막는다고 믿었다. 뭍에서는 엄나무 가시를 문지방에 걸어 놓는다. 음향오행에서 가시는 양기의 상징이고, 귀신은 음기이기 때문이란다.
* 게 중에 최고의 수영실력을 갖고 있다 ‘자산어보’에 꽃게를 ‘시해(속명 살궤)라고 했다. 그리고 두 눈 위에 있는 송곳(錐)이 있는데 이 때문에 시해(矢蟹)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고 했다. 다른 게는 헤엄을 칠 수 없는데 꽃게는 헤엄을 칠 수 있다는 것도 특징으로 적었다. 그런 이유로 칠산바다 깊은 곳에서 종종 그물을 쳐서 잡기도 한다고 했다. 꽃게는 지금도 그물이나 통발을 놓아 잡는다. 깊은 바다에서는 통발을 많이 놓고 연안에서는 자망을 사용하기도 한다. 칠발도 등대 아래에서 그물을 놓아 꽃게를 잡는 어선을 만났다. 아래 내용은 자산어보에서 설명한 꽃게의 특징이다. 큰 놈은 지름이 두 자가량이고, 뒷다리 끝에 부채처럼 풍족하게 넓다. 두 눈 위에 한 치 남짓한 추(錐, 송곶)이 있는데 이로서 이름을 얻은 것이다. 색은 적흑색이다. 대개 게는 모두 달릴 수 있지만 헤엄을 칠 수는 없는데 유독 이 게만은 헤엄을 칠 수 있다. 헤엄칠 때는 큰바람이 부는 시기이다. 맛은 달고 맛있다. 흑산에서는 드물어서 귀하고, 항상 바닷속에 있는데 때때로 낚시에 올라온다. 칠산바다에서는 그물로 잡는다.
* 왜 꽃게라 했을까 꽃게라는 이름은 곶해(串蟹)에서 비롯되었다. 게의 등딱지 좌우에 날카로운 두 개의 꼬챙이가 있다. ‘곶’은 꼬챙이의 옛말이다. 곶해가 꽃게로 바뀐 것이다. 이익의 《성호사설》(1740년 경)에는 곶해라 했다. 이 기록에는 ‘바다 사는 커다란 게인데 색이 불고 껍데기에 각이 진 가시가 있다. 세속에서는 곶해(串蟹)라 하는데 등딱지에 두 개의 꼬챙이(串)처럼 생긴 뿔이 있기 때문이다’라고 적었다. 《자산어보》(1814년)는 ‘뒷다리 끝이 넓어서 부채와 같다. 두 눈 위에 한 치 남짓한 송곳 모양의 것이 있어서 이런 이름이 주어졌다’라고 소개했다. 반질거리고 딱딱한 외모에 옆으로 걷기에 횡보공자(橫步公子), 횡행개사(橫行介士), 곁눈질을 하는 것처럼 보여 의망공(依望公), 창자가 없어 무장공자(無腸公子), 노란색 알과 내장을 두고 내황후, 다리가 많아 곽색이라 부르며 술자리 곁에 두었다. 양반들의 사랑을 받은 만큼 이름도 다양하다. 고려말 문인 이규보는 게장을 먹으며 술을 한잔 마시는 것이 신선놀음이라 노래했다. 불로초가 다름 아닌 게장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조선의 선비로는 김종직, 정약용, 허균도 식탐을 금하는 양반 체통은 잠시 뒤로 미루고 게 맛을 그리워했다. 실학자 이덕무(1741-1793)가 선비의 예절을 기록한 《사소절(士小節)》에는 ‘게껍데기에 밥을 비벼먹는 행동을 하지마라’라고 했지만, 그의 손자 이규경(1788-1856)은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의 ‘섭생편’에서 그 맛을 칭송했다. 게를 옆으로 비틀거리며 걷는 상놈이라 먹지 않았다는 우암 송시열도 있지만, 체면을 중시하는 양반들도 게 껍데기에 밥을 비벼먹고 싶은 유혹을 이겨내지 못했던 것이다. 양반만 아니다. 왕마저도 그 유혹을 떨치지 못했던 모양이다. 정조는 꽃게탕을 좋아했고, 경종은 게장을 먹다가 체해서 승하했다고 한다. 게는 쉽게 상하는 식재료다. 지금처럼 보관시설이 잘 되어 있어도 게를 먹고 식중독을 일으킨 예는 많다. 이익의 ‘성호사설·만물문(星湖僿說·萬物門)’의 해(蟹)에 나오는 이야기다. ‘곶해라 함은 등에 꼬챙이 같이 생긴 두 뿔이 있기 때문이다(俗名 串蟹 以匡 有兩角 如串也)라고 했다. 육지가 바다로 꼬챙이처럼 튀어나오는 지역을 곶이라 한다. 장산곶이나 호미곶이 대표적이다. 성호사설의 꽃게 이야기이다. 유모(蝤蛑)란 것은 도은거(陶隱居)의, “억센 가재는 범과 다툰다[螯强鬪虎].”라는 말을 본다면, 이는 바다 가운데 있는 큰 게로서 빛이 붉고 등에는 뿔과 가시가 있으니 즉 속칭 암자(巖子)라는 것이며, 발도자(撥棹子)란 것은 뒷발이 넓고 엉성한 것이 돛대처럼 생겼으며, 물을 밀고 떠다니는데, 속칭 관해(串蟹)라 함은 등에 꼬챙이같이 생긴 두 뿔이 있기 때문이다.
* 게장은 사돈하고 같이 못 먹는다. 꽃게를 손질하는 일은 손이 많이 간다. 칫솔로 발과 몸통 사이를 구석구석 잘 문질러야 한다. 꽃게는 집게발을 제외한 네 발의 두 번째, 세 번째 마디를 잘라 내는 것이 좋다. 찜을 하려면 알집만 제거하고, 꽃게탕을 하려면 게딱지와 몸을 분리하고 씁쓸한 맛이 나는 먹이(모래)주머니나 먹이활동을 할 때 이물질을 걸러 먹는 아가미도 떼어 내는 것이 좋다. 꽃게는 봄과 가을에 많이 잡고 많이 먹는다. 봄철은 암꽃게가 주로 잡힌다. 산란을 위해 부지런히 연안에서 먹이활동을 한 탓에 노란 알과 내장 그리고 살이 튼실하다. 찜, 탕 어느 쪽도 좋다. 여름 금어기 두 달이 지난 후 가을 꽃게는 수꽃게다. 산란 후 활동량이 떨어진 암꽃게보다는 수꽃게가 많이 잡힌다. 가격이 저렴해서 상에 올리기 좋다. 가을 꽃게는 꽃게탕으로 좋다. 꽃게는 신성할 때 급냉을 하거나, 톱밥에 넣어 활꽃게로 유통을 하기도 한다. 톱밥을 넣으면 동면상태로 운반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 오래 이동할 수 없으며, 상태가 좋지 않으면 이동 중에 변질 우려도 있다. 봄에는 꽃게장, 가을에는 꽃게탕이다. 봄에 잡히는 꽃게는 보지도 않고 먹는다 할 정도로 믿고 먹는다. 심해에서 겨울을 나던 꽃게가 산란을 위해 연안으로 올라와 먹이활동을 하다 그물에 걸린 것이다. 가을 꽃게는 얼큰한 탕으로 먹으면 좋다. 꽃게장이든 꽃게탕이든 손으로 잡고 게살을 발라먹고 때로는 소리를 내며 빨아서 먹어야 한다. 해서 사돈처럼 어려운 사람과 먹을 때는 민망하다. 진도 서망항이 꽃게를 구입하기 좋은 곳이다.
글쓴이 김준 전남대학교 호남학연구원 학술연구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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