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기행] 저승에서 벌어 이승에서 쓴다, 키조개 게시기간 : 2023-04-19 07:00부터 2046-12-31 23:59까지 등록일 : 2023-04-14 14:40
재단법인 한국학호남진흥원
맛 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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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조개에서 우리가 먹는 부위는 관자라 불리는 폐각근이다. 이는 ‘연체동물 복족류의 조개껍데기를 닫기 위한 한 쌍의 근육’이다. 키조개는 물론 바지락, 백합, 가리비 등 조개류는 모두 가지고 있다. 그런데 유독 키조개 관자만 탐하는 것은 크기와 식감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관자의 크기는 조개의 크기에 비례한다. 조개류 중에서 관자로 먹을 만한 크기는 키조개 외에 큰가리비와 개조개 정도다. 그 중에 으뜸은 키조개다. 키조개 관자는 부드럽고 쫄깃하며, 고단백질에 저열량이라 다이어트를 원하는 사람들도 많이 찾는다. 이에 맞춰 장흥바다에서 양식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수온상승으로 어려움이 많다. 득량만 장흥바다는 우리나라에서 키조개가 가장 많이 생산되는 곳이다. 장흥 키조개는 지리적표시제에 등록되어 있다. 가장 맛이 좋은 철은 4월과 5월이다. 최근 동해바다에서 서식처가 발견되고, 경기만 일대에서도 양식이 시도되기도 한다. * 키조개일까, 가리비일까 키조개를 소개한 옛문헌은 많지 않지만 ‘자산어보’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정약전은 ‘기폐(箕蜌)’ 속명 ‘기홍합(箕紅蛤)’이라 기록했다. 그리고 이렇게 설명했다.
자산어보의 키조개 설명 부분 큰 놈은 지름이 대여섯 치 정도이다. 넓고 편평하며 두텁지 않는 것이 키를 닮았다. 껍질 표면에는 실처럼 가늘고 긴 세로줄 무늬가 있다. 빛깔은 붉고 털이 있어서 바위에 붙을 수 있다. 또한 돌에서 떨어져 헤엄쳐 다니기도 한다. 맛이 달고 개운하다. 키조개는 그 생김이 곡식 쭉정이를 날려 보낼 때 사용하는 키 모양이라 붙여진 이름이다. 주로 남해와 서해의 갯벌이 발달한 수심 깊은 바다에서 서식한다. 특히 여수, 장흥, 고흥 등 서남해에 많다. ‘자산어보’에서 ‘키를 닮았다’, 조가비에 ‘실처럼 가늘고 긴 세로줄 무늬’, 맛이 ‘달다’는 등은 키조개로 동정하는데 어려움이 없다. 그런데 ‘대여섯 치’ 즉 10센티미터 내외의 크기, ‘빛깔’과 ‘헤엄을 친다’는 것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그래서 비단가리비로 해석하기도 한다. 가리비는 크기나 모양이나 색깔이 자산어보의 설명과 유사하다. 또 흑산도에는 키조개를 찾기 어렵지만 가리비류는 확인되기 때문이다. 키조개는 부족류 사세목 키조개과에 속하는 연체동물이다. 껍데기 길이 30㎝, 높이 15㎝, 너비 10㎝에 이를 정도로 큰 조개다. 몸 색깔은 암록갈색 또는 암록황색이다. 7~8월에 알을 낳으며 펄갯벌이나 펄과 모래가 섞인 혼합갯벌에서 자란다. 광양만, 여자만, 가막만과 진해만, 남해 일대에서 주로 산다. 즉 서해와 남해에 고루 분포한다. 알을 낳는 여름에 대비해 봄철에 몸을 불리기 때문에 4~5월이 제철이다. 부산에서는 채지조개, 마산과 진해에서는 챙이조개, 군산과 부안에서는 게지, 다른 전라도 지역에서는 게이지, 개두, 보령과 서천, 홍성에서는 치조개라고도 한다.
* 키조개 삼합, 지역에 따라 더해지는 재료 달라 키조개는 관자, 날개, 꼭지 등 세 부분을 섭취한다. 관자는 회‧구이‧전‧튀김‧초밥, 날개(외투막)는 된장국‧찌개‧젓갈, 꼭지는 데침이나 국에 이용한다. 이 중 관자가 키조개를 대표하는 부위이다. 관자는 다른 요리에 곁들여도 잘 어울린다. 여수나 장흥의 키조개 삼합이 그것이다. 여수에서는 키조개삼합에 새조개를 넣기도 한다. 키조개삼합이 되기도 하고 새조개삼합이 되기도 한다. 키조개 삼합은 대개 키조개에 새조개, 삼겹살, 소고기(차돌박이), 전복 등을 더한다. 장흥에서는 키조개에 소고기와 버섯을 더해 키조개 삼합을 내놓고 있다. 장흥 한우와 표고버섯 모두 장흥의 특산물이다. 또 장흥군 안양면 수문리 일대는 키조개 마을로 불리며, 키조개 축제를 개최하기도 한다. 장흥바다는 키조개 목장이다. 다른 바다에서 어린 치조개를 가져다 갯벌에 심어 양식을 한다.
* 저승에 벌어서 이승에서 쓴다 키조개 잠수부들이 채취한다. 여수 국동항이나 태안 오천항이나 거제 장목항 등에는 잠수기 어선을 만날 수 있다. 배머리를 노랗게 칠한 잠수기 어선은 잠수부, 선장, 선원 등 모두 서너명으로 구성해서 조업을 한다. 바닷물이 거치른 사리보다는 조금을 전후해 일주일 정도 작업을 한다. 바다속에서 시야가 확보되지 않으면 작업이 어렵다. 잠수부가 바다 속에 들어갈 때 가지고 가는 도구는 잠수부가 들어가 여수에서 고마대, 통영에서 게지라 불리는 갈고기를 이용해 채취한다. 잠수부가 수심 30~40m인 깊은 바다에서 갈고리로 하나하나 뽑아내야 한다. 키조개는 자연산 의존도가 높다. 한 번 채취하면 몇 해를 지나야 다시 같은 장소에서 먹을 만한 크기의 키조개를 얻을 수 있기때문에 생산에 어려움이 많다. 늘어나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기에 중국산 키조개 관자가 많이 수입되고 있다. 일제강점기에는 여수항 앞바다에서 경남 바다에 이르는 넓은 바다 바닥에서 무수한 키조개를 발견했다. 채취한 키조개는 관자만 추려 통조림으로 만들거나 말려서 중국으로 수출해 어마어마한 수익을 냈다. 일제강점기에 간행된 『전남사진지』(1917)에 따르면 여수항 앞바다에서 경남 바다까지 키조개가 다량 서식했고, 매년 약 80,000원 대 소득을 올렸다. 그리고 1927년에는 여수에 잠수기 회사를 설립해 본격적으로 키조개도 수탈해 갔다. 키조개 생산액으로 매년 약 80,000원 대 소득을 올렸다고 한다. 참고로 1920년대 기준으로 쌀 한가마니(80㎏)가 26원이었고, 교사나 공무원 봉급이 20원이었다. 해방 후 잠수기 어업은 우리나라 어민들에게 보급되었고, 1977년에는 잠수기수협도 생겼다. 잠수기 어선에서는 선장, 잠수부, 선원이 함께 작업한다. 잠수부는 호스로 공기를 공급받아 갈퀴나 분사기로 해저 바닥에 서식하는 키조개, 개조개, 코끼리조개 등을 포획한다. 잠수부들은 바다 속에서 몇 시간씩 작업을 하기에 뼈가 썩는 골괴사증, 마비, 통증 등 직업병에 시달리며, 진통제와 스테로이드제를 남용하기도 한다. 그래서 해녀와 마찬가지로 저승에서 벌이 이승에서 쓴다고 말하기도 한다. 위험은 외부에서도 발생한다. 1990년대 중반에는 서해안에 일명 식인상어가 나타나 키조개를 잡던 잠수부가 목숨을 잃기도 했다. 또 키조개가 돈이 되다 보니 불법어업이나 조업장소를 둘러싸고 갈등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를 막기 위해 조업구역을 정하고, 잠수기 어업 허가어선의 뱃머리를 노랗게 색을 칠해 구별하고 있다.
글쓴이 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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