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기행] 매생이와 파래와 김의 애증관계, 이제 각자도생이다 '검은반도체'에서 '블루카본'까지 게시기간 : 2024-01-26 07:00부터 2030-12-24 21:21까지 등록일 : 2024-01-23 17:36
재단법인 한국학호남진흥원
맛 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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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에고치 실보다 가늘고 소털보다 빽빽하며 길이는 몇 척 정도다. 색은 검푸르다. 국을 끓이면 부드럽고 미끌미끌하며, 서로 뒤엉켜서 절대 풀어지지 않는다. 맛은 매우 달고 향기롭다. 생장 시기는 갱태보다 조금 이르고 분포대는 자채보다 위층에 있다.
<자산어보>에 소개된 매산태(莓山苔)를 이르는 말이다. 이 글에 등장하는 갱태(羹苔)는 파래의 일종으로 홑파래를 말한다. 자채(紫菜)는 최근 호황을 누리고 있는 김을 이른다. 이들은 같은 위치에 층위, 즉 수심을 달리하며 자란다. <자산어보>에 기록된 파래는 갱태 외에 신경태, 적태, 저태, 감태 등이 있다. 이 중 가장 익숙한 해조류가 감태다. 오늘날 가시파래라 부르는 해조류다. <자산어보>에도 맛이 달고, 초겨울에 자라기 시작하며 갯벌에서 자란다고 기록했다. 김 양식장에 붙는 파래는 잎파래나 납작파래일 가능성이 크다. 매생이와 파래와 김은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환경에서 서식하기에, 김 양식장에 함께 붙어 자라기도 한다. 김은 자채라하고 속명은 짐이라 기록했다. 해태라는 이름도 자산어보에 확인되지만 ‘색이 푸르다’는 것으로 보아 파래를 말하며, 자태는 ‘뿌리가 돌에 달라붙지만 가지가 없어서 바위 위에 넓게 퍼져 있다. 자흑색이며 맛은 달고 좋다.’고 했다. 김을 목적으로 양식는 어민들에게는 매생이나 파래는 ‘웬수’가 되고, 매생이를 목적으로 양식하는 어민들에게는 김이 ‘웬수’가 된다. 필자는 이를 ‘해조류 삼총사’로 부른다.
* 해조류 삼총사 각자도생 해조류는 때로는 갯벌에서, 때로는 바위에서, 때로는 떠내려온 나뭇가지에 붙어 자란다. 그러다가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양식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구전을 기록한 여러 문헌에는 김 양식이 시작된 곳을 광양과 완도 등을 꼽는다. 하지만 산업으로 김 양식을 시작한 것은 일제강점기 이후로 보는 것이 정설이다. 당시 김 양식은 갯벌이 발달한 조간대에 대나무나 소나무 등으로 기둥을 세우고 그물을 매어 양식을 했다. 양식 그물에는 김만 붙는 것이 아니라 매생이나 파래가 함께 붙었다. 해조류 삼총사는 어민들의 의지와 무관하게 공생을 원했다. 하지만 어민들은 이를 허락할 수 없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소비자들이 원하지 않았다. 그들은 검은빛이 반짝이는 김을 원했다. 파래나 매생이가 더해진 김은 외면받거나 싸게 팔아야 했다. 어민들은 몸에 좋은 김보다 값을 잘 받고 잘 팔리는 김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매생이나 파래를 제거할 비책으로 등장한 것이 ‘염산’이다. 어민들은 이 염산도 신체에 해를 주지 않는 적은 양만 사용한다고 항변한다. 이 과정에서 어민과 소비자의 불신이 시작된다. 어민들은 매생이를 두고서 ‘염산의 염자 소리만 들어도 사라진다’고 한다. 그만큼 염산처리에 취약하다.
* ‘검은반도체’에서 블루카본까지 그렇다고 쉽게 무너질 매생이가 아니었다. 전남 서남해 지역에서 주민들 밥상에만 오르던 매생이가 서울 한정식집에 소개되면서 부활의 기회를 얻게 된다. 마침 김의 일본 수출이 멈칫하던 때라 완도와 강진과 장흥 등 서남해 일부지역에서는 김 대신 매생이 양식이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이게 가능했던 것은 공생에서 알 수 있듯이 서식지가 연안의 갯벌이 발달한 곳으로 지주식 김 양식지였다. <자산어보>에서 언급했듯이 상층에 매생이 그 아래 김, 그리고 더 아래는 파래가 서식했다. 그러니까 김발을 올려 설치하면 매생이 양식이 가능 했던 것이다. 지금도 매생이 양식장을 보면 수심이 깊지 않고 갯벌이 발달한 해안에서 이루어진다. 조류가 거칠지 않고 소통이 잘 되는 오염되지 않는 내만이어야 한다. 여기에 수온도 맞아야 한다. 그러한 최적의 바다가 강진 도암만에서 장흥 대저, 완도 고금도와 약산도 일대의 바다였다. 해조류가 몸에 좋다는 입소문과 연구가 이어지면서 파래양식도 덩달아 함께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해남군 송지면 일대 땅끝 연안에서는 파래양식이 이루어지고 있다. 역시 김 양식을 했던 곳이다. 갯벌에서 자라는 가시파래와 달리 양식파래는 잎파래와 납작파래가 많다. 낙동하구에 납작파래가 서남해에서는 잎파래를 양식한다. 최근에는 이렇게 생산된 파래는 김과 혼합해 파래김으로 가공되어 판매되기도 한다. 파래나 매생이를 웬수로 생각했던 옛날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검은반도체’라 불리는 김은 최근 날개를 달았다. 지난 2023년 수산식품으로는 최고인 7억 9천억 달러를 수출했다. 우리 돈으로 약 1조 200억원의 수출액이다. 농수산식품의 품목별 수출액을 보면, 라면 1조 2천억 원에 이어 높은 수출액이다. 과자류는 8천8백억 원, 음료 7천6백억 원, 쌀가공식품 2천8백억 원이다. 오랜 동안 많은 연구와 홍보를 하고 있는 김치는 2천억 원이다. 전라남도는 고흥, 해남, 신안 지역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전라남도의 김 생산은 우리나라 생산의 80%에 이르며, 전라남도 수출액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게다가 얼마 전 NASA에서 완도의 해조류 양식장에 관심을 가지면서 그 가치가 주목을 받고 있다. NASA는 해조류 양식을 ‘기온이 따뜻하고 조수가 강하지 않는 얕은 바다는 다시마, 김, 미역을 기르는 데 이상적이며, 담수나 비료를 사용할 필요가 없는 친환경 산업’이라 언급했다. 무엇보다 ‘해조류가 성장하면서 온실가스를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고 해석했다. 고흥, 해남, 진도 등 전남의 해조류 양식장이 국제사회에서 블루카본이라는 새로운 가치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글쓴이 김준 전남대학교 호남학연구원 학술연구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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