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일보] 한국학호남진흥원 보물급 고려말 불교 서적 기탁 받아
목판본 ‘장승법수’는 원나라 가수(可遂)가 간행한 수경사본(壽慶寺本)을 저본으로 삼아 1389년(공양왕 1)에 무학대사 자초(自超)가 간행한 불경 용어 사전이다. 책머리에 원나라 구양현의 서문이 있으며 ‘대승기신론’의 ‘일심(一心)’이라는 용어로부터 본문이 시작된다.
보물급 가치를 지닌 고려 불교 서적 ‘장승법수’와 ‘불정심관세음보살대다라니경’ 등이 한국학호남진흥원(원장 홍영기)에 기탁돼 눈길을 끈다.
한국학호남진흥원은 법륜사 주지 월인 스님(月仁, 속명 박도길)으로부터 지난 19일 ‘장승법수’·‘불정심관세음보살대다라니경’·‘미타경’·‘화엄경’ 불교 서적 4책과 완당(阮堂) 김정희 서체가 포함된 12폭 병풍 1점 등을 기탁받았다고 23일 밝혔다.
법륜사는 태고종 사찰로 광주 서구 아파트 밀집 지역에 소재하며 지난 1996년 창건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월인 스님은 한국불교태고종 광주·전남 종무원장을 맡고 있으며 영산재의식을 재현해 광주시 무형문화재 제23호로 지정됐다. 영산재는 49재를 통해 영혼을 극락으로 천도하는 의식이다.
조일형 연구위원에 따르면 ‘장승법수’ 본문은 대장경에 있는 법수(法數, 단위의 이름과 수치를 붙인 수)를 획수대로 도식화해 용어나 단어를 배열했다. 말미에는 1355년 굉연(宏演)이 작성한 서문이 있고 같은 해 작성한 우강서식(旴江胥式)의 발문이 있다.
조 연구위원에 따르면 “목은 이색(李穡)의 발문이 있는 호암박물관 소장본은 물론이고 발문이 없는 성암고서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 소장본이 모두 보물로 지정됐다는 점에서 ‘장수법수’는 보물급 가치를 지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또한 목판본 3권 1책인 ‘불정심관세음보살대다라니경’은 1441년 간행본을 저본으로 1452년에 간행된 것으로 추정된다. 말미에 전통도사 주지였던 육미(六尾) 스님이 쓴 발문이 있다. 조 연구위원은 “이 불서는 사경해 몸에 지니거나 독송하면 병을 치료하거나 액운을 없앨 수 있다는 다라니의 신통력을 설교한 불경”이라고 설명했다.
기탁된 불교 서적은 해남 대흥사 주지(1937년~1954년)를 맡았던 응송(應松, 속명 박영희) 스님이 월인 스님에게 물려줬다. 응송 스님은 월인 스님의 큰아버지로 열반에 들기 전 조카를 불러 불교 서적 4책과 병풍 2벌, 지팡이 2점, 경대 1점 등을 전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홍영기 한국학호남진흥원장은 “보물급 가치가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 14세기 고려 말 고려 서적을 비롯해 다양한 문화자료를 기탁해주신 월인스님께 감사를 드린다”며 “귀한 자료를 바탕으로 한국학호남진흥원은 관리는 물론 연구 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학호남진흥원은 지금까지 100여 개 문중으로부터 8만2000여 점의 국학자료를 기탁, 기증받았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