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매일] 목포대·순천대의 지혜로운 통합 결정에 '큰 박수를'
목포대·순천대의 지혜로운 통합 결정에 ‘큰 박수를’ / 홍영기
- 2024. 11.20(수) 19:41
- 10년 넘게 고향이 아닌 구례 자그마한 마을에 살고 있다. 지리산과 섬진강이 있다. 또 화엄사와 운조루, 그리고 산수유와 벚꽃, 녹차가 있다. 너무 만족스럽다. 전남에 이런 곳이 어디 구례뿐이겠는가.
다만 세월이 흐를수록 한 가지 염려가 있기는 하다. 응급상황이다. 물론 구례는 순천이라는 도시를 가까이 두고 있어 그나마 걱정이 덜하다. 하지만 전국에서 가장 고령화된 지역인 전남에서 응급·필수 의료는 매우 중대한 사안이다. 건강권과 생명권이 달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남 사람이면 누구나 할 것 없이 의대 유치에 똘똘 뭉쳤다. 공동 건의문도 내고, 자발적인 유치 성명서 등 한 목소리로 열망을 전했다. 그렇게 해서 지난 3월 대통령 발언과 정부 합동 담화문에서 전라남도 국립 의과대학 설립 추진을 공식화하는 쾌거를 이뤘다. 무려 30년이라는 세월 동안 한결같은 노력으로 얻어낸 눈물겨운 결실이었다.
그러나 이후 과정은 순탄치가 않았다. 오히려 동부와 서부로 나뉘어 파열음만 고조됐다. 하여 지난 7월29일 광주매일신문에 ‘국립의대 유치, 지혜로운 책문·도민의 인화 절실’이라는 주제로 칼럼을 게재한 바 있다. 조선시대 과거(科擧)시험의 문제와 답안지인 책문을 예로 들며 “국립의대 유치를 통해 도민의 화합을 이룰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삼을만한 혜안이 도출되길 간절히 소망한다”고 호소했다. 당시에는 이 소망이 이렇게 빨리, 기대를 뛰어넘는 결실로 맺어질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지난 15일 저녁 국립 목포대학교 송하철 총장과 국립 순천대학교 이병운 총장이 전남 지역의 숙원인 의과대학 설립을 위해 대학 통합과 통합 의대 추진에 극적으로 합의했다. 두 대학은 동등한 조건을 바탕으로 대학을 통합하고 의과대학을 설치해 전남 동·서부 주민 모두의 의료 기본권을 보장하는 의료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2026년 3월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전에 어디에서도 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역사적이고 대승적인 합의였다. 당연히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물론이고 각종 기관과 단체들의 환영 성명이 이어지고 있다. 재직하고 있는 한국학호남진흥원도 마찬가지다.
두 대학의 통합은 극적인 합의만큼이나 다양하고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무엇보다 통합의대와 동 서부 지역에 각각 대학병원을 설립함으로써 전남 전역의 의료 접근성을 크게 향상시킬 것이다. 도민 모두에게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도민의 건강권을 보장하는 데 크게 기여하리라 확신한다.
통합 이후 발표한 내용에도 있듯이 정부의 글로컬 대학에 선정된 두 대학이 통합으로 시너지 효과를 낸다면, 수도권 대학에 절대 뒤지지 않는 글로벌 거점 국립대학으로서 전국 최초의 선도모델이 될 것이다. 결국 통합대학과 지역 전략산업을 연계한 글로컬 프로젝트 사업과 지역대학 혁신사업을 통해서 우리 지역의 인재들에게도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는 더 좋고 많은 기회가 제공될 것이다.
전남 동·서부 간 오랜 갈등을 해소하고 상생과 통합의 모범을 세웠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이는 향후 전남이 직면한 지역 소멸의 위기를 극복하고 지역 균형발전과 지속 성장을 이루는 토대가 될 것이다.
이제 정부가 답할 차례다. 신속하게 나서서 전남 의과대학 신설 약속을 이행해줘야 할 때이다. 전남 도민의 건강권과 생명권을 하루 빨리 보장하고, 지역의 균형발전을 이루기 위해서 정부의 책임 있는 결단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