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시민신문] 일제에 총칼로 맞선 ‘광양 백운산 의병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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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학호남진흥원 ‘호남학콜로키움’ 개최
이은철 대표 ‘황순모’ 의병장 활동 입증
“시립박물관 건립해 광양 역사 정리 필요”

광양 출신 독립운동가 황병학의 종숙으로 부대 선봉장으로 활동한 것으로 알려진 황순모가 실제로는 의병장으로 활약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국가보훈처 「공훈록」에는 ‘가족들의 후환을 걱정해 스스로 체포돼 순국한 것’으로 기록됐으나 「폭도에 관한 편책」에 따르면 일본군에 체포돼 저항하고 도주하다 총살을 당한 것으로 기록됐다.

한국학호남진흥원은 지난 2일 전남도립미술관 대강의실에서 ‘2022 호남학콜로키움’을 개최했다.

평일 낮 행사임에도 70여명의 시민들이 참여해 광양 의병에 대한 뜨거운 관심 속에 열린 이날 콜로키움에서는 이은철 광양지역史연구회 ‘마로희양’ 대표가 발표자로 나서 ‘광양의 항일 의병 백운산 의병부대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강연하고, 박영실 함께하는 남도학 회원이 좌장을 맡아서 토론을 이끌었다.

이은철 대표는 발표 전반부에 광양 의병장의 공훈을 간단히 정리하고, 후반부에서는 최근 본인이 새로이 연구한 황순모 의병장 관련 「暴徒ニ關スル編冊(폭도에 관한 편책)」 7편을 공개했다.

일반인에게는 생소하지만 「폭도에 관한 편책」은 1907년 8월부터 1910년 12월까지 일본경찰 단독 혹은 일본경찰과 군이 합동으로 의병 살육에 나섰던 비밀기록으로, 한말 의병운동 연구의 가장 기본적인 자료로 선행 연구에서 많이 활용돼 왔다.

그러나 황순모 의병장과 관련된 「폭도에 관한 편책」 7편은 그동안 학계의 주목을 받지 못했으며, 심지어 국가보훈처 누리집에는 잘못 설명된 부분까지 있었다.

이은철 대표는 이날 발표를 통해 그동안의 오류를 바로잡고, 황순모 의병장이 광양 백운산을 무대로 70여명의 부하를 이끈 의병장으로 활동하다 일본군에 체포돼 총살당했음을 확실히 입증했다. 「폭도에 관한 편책」 7편에서 일본측은 황순모 의병장을 ‘비수(匪首)’, ‘수괴(首魁)’, ‘적의 간부’로 기록하고 있어, 이은철 대표의 주장에 참석자들이 공감했다.

또한 이은철 대표는 국가보훈처 공훈록에 본적 ‘미상’으로 기록돼 있는 이찬주 의병이 광양군 진하면 진목리 출신임을 밝혔다. 이찬주 의병은 황순모 의병장의 부하로 의병 활동을 하다 1908년 10월 17일 일본군과 전투 중 체포돼 총살됐으며, 이 공로를 인정받아 2004년 건국훈장 애국장을 추서 받았다. 하지만, 그동안 국가보훈처 공훈록에는 이찬주 의병의 본적을 잘 모름으로 기록하고 있었다.

이은철 대표는 본인의 저서인 「광양史로 보는 한국史」(이룸나무, 2017)의 한 구절을 따서 발표의 요지를 정리했다.

이 대표는 “광양 의병과 관련된 부분의 서술을 기존에는 ‘구한말 광양에서는 1906년 백낙구 의병부대의 활동을 시작으로 해 1908년 황병학 의병부대까지 일제의 침략에 총칼로 맞선 의병이 힘차게 일어났다’고 서술했다”며 “하지만 새로운 자료 발굴 성과를 계기로 2027년에 출판 예정인 「새로 쓰는 광양史로 보는 한국史」에서는 ‘구한말 1906년부터 1909년까지 광양의 백운산을 중심으로 일제의 침략에 총칼로 맞선 의병이 힘차게 일어났다. 이들을 광양 백운산 의병부대라 이름한다’고 서술하겠다”며 발표를 마무리했다.

이은철 대표의 발표 후, 박영실 좌장의 주도로 활기찬 토론이 전개됐다.

첫 번째 질문자로 나선 황순모 의병장의 친손자인 황부현 씨는 “그동안 황순모 의병장의 활약상이 잘못 알려진 부분이 많다”며 “연구자들이 더 많은 조사·연구를 통해 사실을 바로 잡아줄 것”을 간곡히 부탁했다.

김정태 씨는 “의병 활동을 인물 중심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사회 경제적인 배경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중요함”을 지적하고 “특히 망덕포 전투의 경우 의병들이 첫 번째 공격 대상으로 망덕포를 선택한 이유를 경제적인 관점에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성웅 전 광양시장은 “아직 독립유공자로 지정되지 못한 많은 독립운동가가 30여 분이나 있다”며 “이분들이 빠른 시일 내에 독립유공자 서훈을 받을 수 있도록 모두가 관심을 기울여 줄 것”을 당부했다.

한편 이은철 대표는 마지막 발언으로 ‘광양 시립박물관’ 건립을 제안했다.

이 대표는 “광양에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중요한 역사가 너무나 많다. 오늘 발표한 한말 의병운동뿐만 아니라 △여순항쟁 △옥룡사와 도선국사 △마로산성 △매천 황현도 △,신재 최산두 △중흥산성 쌍사자 석등 반환 등 중요한 역사들이 너무나 많다. 이 중 무엇이 더 중요한가. 무엇부터 해결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 후 “시립박물관을 건립해 고고학, 문헌사, 현대사 전공자를 모셔놓고 이들이 시민들과 함께 광양의 역사를 하나씩 정리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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