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68년 쓴 일기 83권···서랍속 '광주 역사' 세상밖으로
광주시문화재 김봉호 가옥 주인 일기
1952~2018년 하루도 빠짐없이 남겨
개인기록이지만 근현대 생활사 빼곡
"민속학·기록학적 가치" 문화재 추진

광주 김봉호 일기. 근현대기 광주와 농촌 생활사가 담긴 기록물로 1952년부터 2018년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작성됐다.
문화재적, 기록학적으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1950년부터 최근까지의 광주 생활사뿐만 아니라 농촌 생활사까지를 파악할 수 있는 기록 자료가 발굴, 기탁됐다. 자료는 고(故) 김봉호씨가 1952년부터 2018년까지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같이 써내려간 일기 83권이다. 특히 이 일기는 그가 2018년 눈을 감기까지 살았던 광산구 하남동의 김봉호 가옥과 함께 근현대 광주의 생활사를 들여다볼 수 있음은 물론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어 의미가 크다.
최근 광산구와 한국학호남진흥원은 광주 김봉호 일기 자료를 그의 유족들로부터 기탁 받았음을 밝히고 '광주 김봉호 일기 기록화 사업'에 착수했다.
이 일기의 주인공인 김봉호씨는 광산구 하남동에 자리한 김봉호 가옥의 주인이다. 김봉호 가옥은 지난 2000년 광주광역시 문화재자료 제25호에 지정된 바 있다. 지난 1999년 하남택지 조성으로 철거 위기에 놓였으나 극적으로 지켜낸 가옥이다. 1946년에 지어져 건축된지 100년도 되지 않은 가옥이나 근현대 농촌가옥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점, 공루(다락)가 부엌과 안방 뿐만 아니라 집 전체에 지어지는 등 건축학적 특이성 등이 문화재적 가치를 인정받아 문화재로 지정됐다.

광주 광산구 하남동에 있는 김봉호 가옥. 농촌 가옥의 특성을 보여주는 가옥으로 하남택지 개발과 함께 철거될 뻔 했으나
그 의미를 인정 받아 지난 2000년 광주광역시문화재로 지정됐다.
가옥은 팔작지붕의 집으로 문간채와 안채 등으로 구성됐다. 농촌 가옥으로서 다른 가옥과 다른 점이 있다면 돈사와 계사, 잠사 등의 공간으로 쓰였던 부속건물이 존재하고 농사에 쓰였던 각종 농기구와 새끼를 꼬는 기계 등 지금은 민속자료가 된 농업·생활기구 등이 보관돼있다. 뿐만 아니라 우물, 도서고, 정자 등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현재 이곳은 광산구에 자리하는 용아생가, 장덕동 근대한옥과 함께 각각 '시인의 사계' '고택의 사계' '농가의 사계' 등 다양한 문화재 활용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개방 공간으로 쓰이고 있다.
이 가옥과 함께 최근 주목 받고 있는 김봉호씨의 일기는 그가 작고하기 한 달여 전인 2018년 10월 22일까지 쓰였다. 1952년 10월 24일부터 쓰인 이 일기는 하루도 빠짐 없이 기록된 것이 특징이다. 이 일기는 한국전쟁 즈음부터 최근까지의 광주 생활사, 농촌 생활사를 생생히 기록했다는 점에서 가옥과 함께 문화재적, 기록학적 의미를 갖는다. 일기 내용은 개인사부터 농업 방식, 간략한 국내외 주요사건 등이 담겨있으며 특히 토지부터 생필품 가격, 경조사비 등 서민들의 생활상도 기록돼있다.

故김봉호 씨와 그의 큰 아들 김형 씨.
광산구는 이번 기탁 받은 일기를 한국학호남진흥원과 함께 사진·원문 기록 작업을 거친 영인본을 만드는 중이다.
백옥연 광산구 문화재활용팀장은 "이것을 영인으로 끝내지 않고 하나의 민속자료로써 제공될 수 있도록 문화재 지정까지 한국학호남진흥원과 함께 힘써보려한다"며 "앞으로도 묻혀 있는 근현대의 의미 있는 자원들을 발굴해 많이 알리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혜진기자 hj@md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