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매일신문] 특별 인터뷰 천득염 한국학호남진흥원 원장
“호남의 정신·위상 높이도록 노력하겠다”
망실돼 가는 기록유산 확보·보존·연구 지속
지역성 발현 호남학 과제 지속 발굴·DB화
지역 연구기관 소장 자료 연계 시스템 구축
부족 예산·인력 등 인프라 확충 선결 과제

프로필
▲전남대 연구석좌교수 ▲문화재위원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위원
▲한국건축역사학회장 ▲영산강연구소장
민족문화의 창조적 계승과 호남한국학 진흥을 위해 2018년 4월 개원한 한국학호남진흥원이 올해 2대 원장 체제를 갖추고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1월 2대 원장에 취임한 천득염 원장은 “호남지역의 한국학 자료를 수집, 정리하고 번역하는 작업을 통해 한국문화의 정체성과 호남인의 자긍심을 제고하는 소명을 수행하겠다”며 동분서주하고 있다. 전남대 건축학부 교수로 재직하면서 고건축분야에서 독보적인 학술성과를 발표했던 천 원장을 만나 한국학호남진흥원의 현재와 미래를 들어본다.
▲한국학호남진흥원이 설립된지 3년이 지났다. 아직 지역민들에게는 명칭이 다소 생소하다. 한국학호남진흥원을 간단히 소개해 달라.
-전라도라는 이름이 생긴지 1천년이 되는 해인 2018년에 광주시와 전남도가 공동 출연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원해 설립된 학술연구기관이다. 즉, 호남지역에 풍부한 전통 문화자원과 민간 기록유산을 모아 보존하고 연구해 한국인의 정체성을 밝히고 호남인의 자존을 제고하는 과업을 수행하는 기관이다.
▲출범 4년 차인데 그동안 성과는?
-먼저 호남지역 한국학 진흥을 위한 기본사업으로 기초자료를 3만5천여점 수집해 정리, 보존하고 있다. 이러한 사업을 중심으로 이뤄진 자료들을 데이터 베이스 구축하는 사업도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고문서, 문집, 일기, 향약과 동계 등의 자료를 DB화해 웹서비스를 하는 일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다. 전남도와 광주시에서 시책사업으로 요청한 일도 있다. 대표적으로 마한과 의병 관련 사업이다. 3·1운동 재판 판결문을 번역 출판했으며 문화원들과 지역의 정신문화를 현창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아울러 한문 번역 전문가 양성을 위한 교육이나 저술, 국역 출판, 학회활동을 지원하는 일도 중요한 책무다.
▲올해 역점 추진하고 있는 사업은.
-우선 고문헌의 소장처를 조사해 목록화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안동에 소재한 한국국학진흥원에는 이미 60만책이 넘었다. 그 중 우리 지역의 것들도 많다고 한다. 지역 연구기관에 소장하고 있는 것을 중심으로 이를 연계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다. 또 다른 과제는 상대적으로 지역성이 나타나는 호남학 과제를 발굴하려고 한다. 이는 기록문화유산의 다양성 제고와 장기적 과업수행을 위한 것이다. 향약과 동계(洞契), 금석문, 누정과 원림, 과거시험 등을 비롯해 마한, 의병, 민속, 호남유배인, 구산선문(九山禪門) 불교문화, 서화, 근현대 공동체문화, 3·1운동과 광주학생운동, 사진자료, 호남학 문화콘텐츠개발, AI기반 한문고서 번역, 전남도지와 광주시사 PDF 변환, 대학신문 자료 모음 등 엄청난 과제가 산적해 있다.
▲지난 1월 제2대 한국학호남진흥원장에 취임했다. 어떤 각오로 일하고 있나.
-설립 4년이 돼 가는 신설기관으로 초기에 계획했던 사업을 지속 진행하고 향후 안정되고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망실돼 가는 기록유산들을 성실히 모으고 보존하며 연구하는 일을 함과 아울러 지역민의 눈높이와 기대에 부응하도록 더욱 노력하겠다.
▲계획대로 사업을 추진하려면 예산·인력 등 인프라가 뒤따라야 하는데.
-모든 것이 많이 부족한 형편이다. 그러나 우선 해야 할 일을 성실히 하면서 정부에 요구할 것이다. 국비가 매년 50% 가까이 증액됐다. 그래도 타 지역 유사 기관에 비해 상대적으로 너무나 열악하다. 또한 국가 지원의 근간이 되는 민간기록유산진흥법을 유사기관과 연대해 제정하려고 한다. 한국인의 민족적 우수성을 밝히는 과업에 우리가 최선을 다하면 국가가 도와줄 것으로 믿는다.
▲진흥원 운영의 주안점은?
-지난 기간동안 해왔던 일은 진흥원의 정체성에 적합한 일이다. 그러나 한국학과 호남학에 대한 인식은 사회환경과 시대 상황이 바뀌고 미션의 범역이 넓어지고 있다. 더불어 국민 일상과 함께 하고, 딱딱하고 어려운 과제를 좀 더 쉽고 재미있는 한국학 관련 콘텐츠로 만들고 싶다. 그래서 젊고 참신한 기획자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모아 검증하고 이들 중에서 선정된 어젠다를 실행하려고 한다. 결정은 합리적 절차와 타당성을 중하게 여기며 진행할 것이다. 아울러 국내 타 유사기관을 따라가기 보다는 우리만의 고유함이나 특화할 내용을 찾아내고 실행해야 정체성이나 수월성이 확보될 것으로 믿는다.
▲원장으로서 목표는 무엇인가?
-호남은 늘 한반도의 중심 역할을 해왔다. 호남인에게는 뜨거운 가슴과 매서운 기개가 있기 때문으로 이해한다. 한국 근대사에서 독립과 민주주의를 향한 호남인의 피 끓는 장정은 자랑스러운 역사다. 호남한국학 또한 전통의 회고와 선양을 넘어 청년에게 꿈을 키워주는 미래 한국학으로 한층 도약할 것이라 믿는다. 새로운 가치와 규범이 요구되는 시대를 맞아 호남의 정신과 위상을 높이는 데 이바지하도록 더욱 노력하겠다. 우선 고문헌의 수집과 보존이라는 과업을 충실히 진행함과 아울러 진흥원 청사 건립, 호남학 지평의 확장, 호남문화 콘텐츠 개발, 대중성 확보 등을 목표로 하고자 한다. 우리 지역 문화의 다양성을 제고하고 주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일들을 할 것이다.
▲기록문화유산을 수집·분류하는 등 연구 체계 구축 과정에 어려움은 없나.
-한국학호남진흥원은 ‘호남의 역사유산과 기록문화유산의 체계적 발굴과 정리, 보존, 편찬’을 위한 미션을 지닌다. 이미 많은 자료가 망실되거나 타 지역으로 유출됐다. 안타까운 일이다. 우선 기초적으로 지역 상황을 파악하려고 한다. 도대체 무슨 문헌이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 먼저 알아서 수집을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경주하고 도움을 청하려고 한다. 문중을 비롯해 서원과 향교 등을 찾아 귀중한 자료를 찾아내고 기탁을 요청하고자 한다. 개인의 공간에 소장하는 것보다 국가가 설립한 공간에 기탁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길이라는 것을 이해해주길 당부드린다.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국학진흥원 등 타 한국학 연구기관과 차별점은?
-두 연구기관은 우리보다 훨씬 먼저 설립됐으며 이미 엄청난 인프라를 구축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은 연구, 교육기관의 성격을 띄고 있고 한국국학진흥원은 한국의 기록문화유산을 수집하고 연구하는 기관으로 성장했다. 물론 우리도 유사한 과업을 지니나 나름의 특성을 찾아내야 한다. 즉 차별성이 있고 수월한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 사회환경과 시대 상황이 바뀌고 미션의 범역이 넓어지면서 진흥원의 정체성에 기반을 둔 고문헌 관련 업무라는 고유한 성격을 유지하면서 또한 새로운 어젠다로 지평을 넓힐 필요가 있다. 즉, 호남 한국학이라는 범주를 지키면서 다양한 분야별로 구획해 기록문화유산의 체계를 수립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마지막으로 광주·전남 지역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우리의 유산을 보존하며 연구해 후손에게 물려주는 일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책무다. 이러한 소명을 추진함에 있어 지역민들의 참여와 도움이 절실하다. 소장하고 있는 고문헌을 진흥원에 기탁하면 안전하게 보존될 것이며 이를 연구자료로 삼아 좋은 성과를 도출할 것이다. 이는 선현에 대한 예의이며 공동체의 자존을 지키는 일이다. 우리의 얼이 가득한 소중한 문헌이 잘 보존되고 연구돼 우리의 자산으로 되는 과업에 지역민들의 참여를 간청한다.
/이종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