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일보] 한국학호남진흥원에 고문서 기탁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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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의 고서나 고문서는 호남학 연구와 정체성을 위해 꼭 필요한 기초 자료다.
현재 다산 정약용의 자료는 상당 부분 남양주 실학박물관, 수원 한국서예박물관에서 보관하고 있다고 한다. 경기도뿐 아니라 경북 대구에서도 예산을 세워 고문서를 수집하고 있다. 그로 인해 호남의 귀중한 고문서 자료가 다른 지역으로 유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호남의 고서와 고문서는 남도의 정신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 다행히 한국학호남진흥원이 설립돼 호남문화를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데이터베이스화할 수 있는 기본적인 여건이 마련된 상태다.
최근 한국학호남진흥원에 고문헌 5000점이 기탁되는 등 고문서 기증이 잇따르고 있어 눈길을 끈다. 한국학호남진흥원 측은 “연말까지 기탁 예약을 합치면 건수가 1만 건을 넘어선다”며 고무된 분위기다.
한국학호남진흥원은 최근 “광주에 거주하는 민종기씨가 평생 수집한 고문서와 고서 등 5000여점을 기탁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기탁된 자료는 전남, 전북의 자료가 고루 포함됐지만 특히 화순 지역에서 나온 고문헌이 가장 많다.
화순 흥성장씨 장기홍 집안에서 나온 고문서와 제주 양씨 양회갑 집안에서 나온 고문헌, 창녕조씨 조병만 집안에서 나온 고문헌, 안방준 후손집안에서 나온 고문서 등 다양하다.
권수용 연구원은 “근대기를 살았던 중요한 인물이지만 실체를 파악하는데 적잖은 어려움이 있었다”며 “그러나 이번 자료 제공으로 호남 지역 인물을 연구하고 나아가 호남학의 다양한 면모를 연구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흥성장씨 장기홍(張基洪,1883~?)의 경우 조상 때부터 모아온 교지나 명문, 호적 등과 함께 남긴 일기가 5권이나 된다. 일기는 1924년부터 1956년까지로 일제강점기와 해방 이후 격동기의 모습이 잘 드러나 있다.
양회갑의 경우는 송사 기우만과 일신재 정의림의 고제자로 깊은 학문적 식견을 가지고 이었으나 지금까지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러나 이번 고문헌 속에 자세하게 기록돼 있다. 특히 강학안(講學案)은 어려운 시기에 뜻있는 사람들이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학문하는 전통을 세워나간 모습이 담겨 있다.
조병만(曺秉萬·1829~1895)의 경우는 화순에서 운곡정사를 경영했던 인물이다. 현재는 그 터도 알 수 없지만, 이 집안에서 나온 고문서를 통해 운곡정사에 대해 생생하게 알 수 있다. 이밖에도 화순의 한후정이나 송석정 후손가에서 나온 고문서들도 있어 화순의 누정문화를 파악할 수 있다.
이번에 5000여점을 기탁한 민종기 씨는 “호남의 고문헌이 다른 지역으로 유출되는 상황이 너무 안타까워 수십년 간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며 “적잖은 재산을 털어 자료를 모았지만 호남의 정신문화 계승과 발전을 위해 기부한다고 생각하니 오히려 홀가분하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행주(幸州) 기(奇) 씨 금강문중(錦江門中)이 문중의 문헌자료 2700여점을 한국학호남진흥원에 기탁한 바 있다. 기 씨 가문에서 기탁한 고문헌에는 1448년(세종30)에 발급받은 교지 등 다양한 고문서가 있어 사료적 가치가 크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