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기행] 뻘배 한 척에 대학생이 두 명이었다 꼬막 게시기간 : 2022-11-25 07:00부터 2030-12-24 21:21까지 등록일 : 2022-11-21 10:22
재단법인 한국학호남진흥원
맛 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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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교시장이 북적되기 시작하면 꼬막철이다. 아무리 흉년이라도 정승곳간에 3년 식량은 없겠는가. 그런데 생각보다 심각하다.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참꼬막을 내놨는데, 찾는 사람이 예전만 못하다. 왜일까. 벌교시장을 찾는 것은 믿을 수 있는 참꼬막을 맛보기 위해서다. 그런데 비싸다. 그래서 대체제로 피꼬막을 이용한다. 벌교시장이 아니라도 구할 수 있다는 생각이 크다. 벌교역을 지나니 온통 꼬막전(廛)이다. 시장골목으로 들어서면서 힐끗 자주 갔던 식당을 쳐다봤다. 꼬막 1킬로그램이면 둘이서 푸지게 먹고 남은 꼬막 까서 흰밥에 올려 참기름을 두르고 김가루를 얹어 비벼 먹었던 식당이다. 할머니가 운영하는 그 식당은 단골이 많았다.
<흥양지>에 소개된 물산 <자산어보> 꼬막(蚶)과 새꼬막(雀蛤) * 조선조 꼬막은 어디에서 생산되었을까. 많은 옛문헌에 꼬막을 강요주(江瑤珠)라 했다. 고려사절요,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일성록, 동국여지지, 신증동국여지승람 등에 나온다. ‘동국여지지’에 강요주가 생산되는 곳으로 충청도 홍주목‧서산군‧태안군‧비인현‧소포현‧결성현‧보령현‧당진현이 있고, 경상도 남해현, 전라도 흥양현, 함경도 덕원도호부‧북청도호부‧홍원현‧은성도호부 등이 나온다. 꼬막의 집산지인 벌교 장도 일대 갯벌도 과거에는 흥양현에 속했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도 흥양현의 토산품으로 강요주가 등장한다. 고흥군 일대를 가르킨다. 예나 지금이나 꼬막은 귀했고, 얻기 위해서 힘든 노동이 수반되었던 모양이다. ‘고려사절요’ 제16권에는 ‘한 관리가 당시 최고 권력자 최씨 집안에 꼬막을 선물했던 모양이다. 이것이 관행이 되어 매년 꼬막을 바쳤는데, 그 일이 너무 힘들어 꼬막을 잡는 마을에 살던 50여 호가 마을을 떠났다. 새로 부임한 관리가 이 폐단을 금지하자 다시 주민들이 모여들었다.’고 했다. 원행을묘정리의궤, 진찬의궤, 진연의궤에도 강요주가 물목으로 등장한다. 정조 연간에 발행한 ‘흥양지’와 영조연간에 발행한 ‘신증흥양지’ 물산으로 강요주가 소개되어 있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생산되지 않는다는(今無)’고 했다. 그래서인지 정조연간 ‘흥양지’ 진공품목에 강요주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이보다 앞선 ‘신증동국여지승람’(1611)과 1656년 이후 등사(謄寫)한 ‘동국여지지’ 흥양 토산품 물목에 강요주가 등장한다. 1895년 ‘호남읍지’ 흥양의 물산에서도 강요주는 확인할 수 없다. 자산어보에는 꼬막은 감(蚶) 속명 고막합, 새꼬막은 작감(雀蛤) 속명 새고기라 했다. 감은 ‘밤만 하고, 고랑(방사륵)이 기와지붕’같고, ‘살은 노랗고 달다’고 했다. 또 작감은 고랑이 감에 비해 ‘가늘고 매끄럽다’고 했다. 재밌는 것은 ‘작감을 참새가 물에 들어가 만들어진 조개’라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동국여지지’에 기록된 흥양지역 토산이다. 강요주는 물론 소금, 숭어, 병어, 오징어, 낙지, 해삼, 대하, 석화, 복, 감합, 미역, 김, 매생이, 감태, 황각 등이 있다. 소개된 물산 중에는 갯벌에 서식하는 해산물이 다수다. 鐵, 自然銅, 竹, 竹箭, 茶, 柚, 枳實, 榧子, 香蕈, 松蕈, 防風, 麝香, 鹽, 秀魚, 兵魚, 烏賊魚, 絡締, 海參, 大蝦, 石花, 鰒, 甘蛤, 紅蛤, 江瑤柱, 藿, 海衣, 莓山, 甘苔, 黃角
* 꼬막을 보며 아버지를 생각하다 아버지는 피꼬막을 좋아하셨다. 어머니는 싱싱한 피꼬막은 생으로 까서 아버지께 드렸다. 붉은 피가 뚝뚝 떨어지는 꼬막을 몇 조각으로 잘라 막걸리와 함께 즐기셨다. 형제들이 모두 꼬막을 좋아하는 것은 아버지 입맛을 물려받은 것 같다. 1킬로그램에 5천 원 하는 피꼬막을 넉넉하게 2킬로그램을 샀다. 옆에 새꼬막은 1만원, 참꼬막은 2만원이다. 참꼬막은 방사륵(껍질에 있는 세로줄) 18줄인데, 새꼬막은 31줄이다. 참꼬막은 뻘배를 타고 손으로 펄을 저어서 한 알 한 알 줍거나, 갈퀴처럼 생긴 도구(주민들은 ‘횡망’이라 부른다)로 긁어서 잡는다. 물이 빠지면 드러나는 갯밭에 자란 탓이다. 그래서 겨울 찬바람과 여름 무더위를 견디고 수온변화에 적응을 해야 상에 올라온다. 그래서 껍질도 두껍고 단단하다. 새꼬막은 참꼬막보다 수심이 깊은 곳에서 자라 형망을 배에 매달아 끌어서 잡는다. 서식하는 장소도 다르고 잡는 방법도 다르다. 물론 맛도 다르고 값도 다르다. 새꼬막 최대 산지는 여수 화정면 소댕이마을이다. 역시 여자만에 기대어 사는 마을이다. 한때 우리나라 새꼬막의 70%를 공급한 마을이다. 여자만은 수심이 낮고 꼬막이 자리가 좋은 펄과 내만의 풍부한 플랑크톤 등 먹이와 수온 등 서식하기 좋은 조건을 갖췄다. 최근 새꼬막도 폐사율이 높아지고 양이 줄었다.
* 세계자연유산 ‘한국의 갯벌’, 국가중요어업유산 ‘뻘배어업’ 뻘배는 푹푹 빠지는 펄갯벌에서는 요긴한 이동수단이다. 여자만 어민들에게 자가용이다. 꼬막을 캐러 갈 때는 물론이고, 칠게나 망둑어를 잡기 위해 쳐놓은 그물을 털 때도 뻘배를 이용한다. 가리맛조개를 큰 자루와 함지박에 가득 담아 뭍으로 나올 때는 운반용 트럭이 된다. 보성뻘배어업은 2015년 국가중요어업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제주도 해녀어업에 이어 두번째다. 벌교에서는 뻘배 한 척에 대학생 두 명이라고 했다. 아쉽게 참꼬막이 여자만 일부지역을 제외하고는 사라지고 있다. 국가중요어업유산인 보성뻘배어업은 벌교읍 장암리 일대에서 ‘썰물 때 뻘배를 타고 나가 갯벌에 서식하는 꼬막을 채취하는 어업’을 말한다. 새꼬막은 수심이 깊은 곳에서 서식하는 탓에 형망을 배에 매달아 긁어서 채취하지만 참꼬막은 사람이 직접 뻘배를 타고 가서 잡는다. 참꼬막이 벌교갯벌에서 사라지면 국가중요어업유산은 박물관 전시장으로 들어가야 한다. 이런 와중에 지난 2021년 꼬막산지인 보성벌교갯벌은 이웃한 순천만갯벌, 신안갯벌, 고창갯벌, 서천갯벌과 함께 ‘한국의 갯벌’이라는 이름으로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되었다. 자연유산으로는 ‘제주 화산섬과 화산동굴’에 이어 두 번째다. 이보다 앞서 순천만갯벌과 보성벌교갯벌이 연안습지보호지역과 국제 람사르습지로 지정되었기에 가능했던 성과다. 여자만 갯벌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일이 꼬막자원의 회복과 무관하지 않다. 더구나 ‘한국의 갯벌’은 ‘생물다양성’과 ‘멸종위기종의 서식처’로 ‘탁월한 보편적 가치(Outstanding Universal Value)’를 인정받았다. 건강한 갯벌생태계를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완전성(integrity) 측면에서 유네스코는 ‘한국의 갯벌’ 유산구역 확대를 권고했다. 완전성은 가치의 요소, 규모, 저해요소 등을 중시한다. 즉 생물다양성과 멸종위기종의 서식지를 유지하기 위한 규모와 저해요소 제거를 말한다. 즉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형성하거나 영향을 주는 요소를 유산구역에 포함해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행스럽게 여자만 중 ‘한국의 갯벌’ 유산구역에 포함되지 않았던 여수갯벌과 고흥갯벌도 최근 유산구역 확대에 참여하겠다고 선언했다. 여자만 전체가 세계유산에 등재될 날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또 국가해양정원으로 추진한다는 소식도 들렸다. 이제 남은 몫은 지역사회와 주민들의 노력이다.
벌교시장에는 꼬막을 즉석에서 삶아 주는 집이 있다. 회를 떠 주는 수산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과 같다. 벌교시장에서 꼬막을 구입해 가면 상차림 값만 받고 삶아서 반찬과 함께 바로 먹을 수 있게 해준다. 채소를 썰어 새콤달콤 무쳐주는 꼬막무침도 가능하다. 다만 참꼬막은 직접 까서 먹어야 한다. 옛날과 달리 꼬막 까는 도구를 함께 주기 때문에 손톱으로 까지 않아도 된다. 다만 폼 잡고 먹을 생각이라면 꼬막은 포기해야 한다. 자리를 잡고 앉자 식사를 곁들일 것인지 물어보더니 반찬을 내왔다. 벌교 호동리가 친정이라는 안주인이 한마디 했다. ‘참꼬막은 짭짤해요. 드시다가 밥이 필요하면 말씀하세요. 다른 채소나 나물을 넣지 마시고 참기름에 그냥 비벼 드셔보시고 나물을 넣으세요.’ 참꼬막이 짭짤하다는 말에 안주인이 권한 방식이다. 권하는 대로 먹다 남은 참꼬막을 까서 넣고 쓱쓱 비볐다. 오래 전에 먹었던 그 맛이다. 참기름과 김 가루만 넣었을 뿐인데 맛이 깊고 꼬막 맛이 도드라진다. 피꼬막을 2킬로그램 샀다. 막걸리는 고흥유자막걸리로 준비했다. 아버지가 좋아하셨던 꼬막과 막걸리 한 잔 올려야 할 것 같다. 글쓴이 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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