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기행] ‘짱뚱어’ 갯벌을 날다. 게시기간 : 2021-09-10 07:00부터 2030-12-17 21:21까지 등록일 : 2021-09-07 09:31
재단법인 한국학호남진흥원
맛 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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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뚱어도 기쁜 소식을 들었던 것일까. 벌교갯벌을 박차고 뛰어오르는 모습이 평소보다 높고 활기차다. 지느러미를 펼치고 한껏 몸매를 자랑하더니 다시 뛰어오른다. 칠게도 말뚝망둑어도 예전보다 당당하다. 최근 이곳 갯벌은 순천만갯벌, 신안갯벌, 곰소만갯벌, 서천갯벌과 함께 ‘한국의 갯벌’로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되었다. 우리나라 갯벌의 42%를 보유하고 있는 전라남도가 중심이 되어 10년간 준비해온 성과물이다. 세계자연유산은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이 2007년 7월 첫 등재된 이후 두 번째다. 짱뚱어는 농어목 망둑어과에 속하는 바닷물고기이다. 흔히 우리가 망둑어라 부르는 것은 문절망둑이다. 이 외에 말뚝망둑, 날망둑, 갈망둑, 도화망둑, 사백어 등 다양하며, 민물에 사는 망둑어도 있다. 망둑어는 물고기 중에 비교적 늦게 지구상에 등장했다. 배지느러미는 바닥에 잘 붙도록 흡반으로 진화했다. 짱뚱어는 조간대 펄 바닥에서 먹이활동을 하며 펄에 구멍을 뚫고 서식한다. 눈은 머리 위로 툭 튀어 나왔고 가슴지느러미를 이용해 갯벌 위를 걸어 다닌다. 우리나라 서해, 일본 큐슈 아리아케, 중국, 타이완 등에서 발견되고 있다.
* 잠꾸러기, 짱뚱어 짱뚱어는 갯벌 표면에 동전 크기 구멍 두 개를 만들고 속에는 이 둘이 만나서 하나가 되는 Y자로 서식처를 마련한다. 그리고 암컷이 구멍 벽에 알을 붙이면 수컷이 산란을 할 때까지 곁에서 알을 지킨다. 보통 산란 후 일주일 이내에 부화하며, 보통 3-4년이면 성체로 자라 산란을 한다. 일반 망둑어가 1-2년에 성체가 되는 것에 비하면 길다. 짱뚱어는 성체로 자라도 크지 않다. 이렇게 수명이 짧고 산란과 부화 기간도 짧은 것은 열악한 환경에 서식하며 종족을 유지하기 위한 생육과 번식전략이다. 또 피부로 호흡할 수 있어 썰물에 갯벌위를 기어 다니며 생활한다. <자산어보>에는 철목어(凸目漁), 속명은 장동어(長同魚)라 했다. 그리고 ‘큰놈은 5-6 치이다. 형상은 대두어(大頭魚)와 유사하지만 색이 검고 눈이 볼록하며 헤엄을 잘 치지 못하고, 갯벌에서 뛰어다니기를 좋아한다. 물 위를 스치듯이 지나간다’고 했다. <난호어목지>에 탄도어(彈塗魚), 망동어(望瞳魚)라 했다. ‘탄도어’는 갯벌 위에서 뛰는 모습을, ‘망동어’는 툭 튀어나온 눈을 굴리며 적을 경계하는 것을 보고 지은 이름이라 했다. 이렇게 소개한 철목어나 탄도어 짱뚱어나 말뚝망둑으로 추정한다. 두 어류 모두 갯벌을 긁어 플랑크톤을 섭취한다. 말뚝망둑어는 배에 접착하기 좋은 빨판이 있어 물이 들어오면 돌, 방조제, 말뚝, 배 등에 올라와 붙기를 좋아해 붙은 이름이다. 짱뚱어는 겨울잠을 자는 특성 때문에 ‘잠뚱이’라는 말에서 비롯된 것이라 한다. 모두 첫서리가 내리면 굴속으로 들어가 겨울잠을 자다 봄꽃이 필 때 나온다. 말뚝망둑어는 갯벌을 뛰어다니지만, 짱뚱어는 기어 다닌다. 특히 짱뚱어는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수컷들이 높이 뛰어오르고 입을 크게 벌리며 수컷끼리 경쟁을 하기도 한다. 이동하지 않고 한 장소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치어를 방류하여 자원을 관리하기 좋다. 또 갯벌이 오염되면 사라지기 때문에 지표종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짱뚱어는 영산강 하구, 지금은 공업단지로 바뀌 삼호지역이 최대 서식지였다. 금호방조제가 물길을 막으면서 서식처가 사라졌다. 또 건강식품으로 주목을 받으면서 수요가 증가해 많은 잡기도 했다. 짱뚱어를 포함한 망둑어는 2006년 2천81톤에서 2020년 232톤으로 무려 89%가 감소했다. 전남 생산량은 그 중 28%를 차지하고 있다. 이중 짱뚱어는 25톤 내외로 추정한다. 매립과 간척으로 사라진 갯벌은 대부분 망둑어 서식지였다. 짱뚱어 어획량은 정확한 통계가 없어 알 수 없다. ‘한국의 갯벌’이 세계유산으로 지정되면서 해야 할 시급한 일 중에 하나가 이렇게 갯벌에 서식하는 생물종 조사와 어획량을 모니터링 하는 것이다. ‘전남해양수산과학원’에서는 10여 년 전 짱뚱어 인공부화에 성공해 자원증식에 나서고 있다. 건강한 암수 짱뚱어를 5월과 6월에 포획해 인공수정을 통해 부화와 산란을 시켜 벌교갯벌에 치어방류를 해왔다.
* 눈치 백 단 짱뚱어, 어떻게 잡을까 처음에는 그냥 반찬거리 정도로 잡아서 탕을 끓이 밥상에 올렸다. 잡아서 돈을 벌 생각을 갖지 않았다. 지금은 짱뚱어를 전문으로 잡는 훌치기 낚시꾼들이 원정을 다니며 잡고 있다. 짱뚱어를 잡는 훌치기낚시는 물이 빠진 갯벌에서 이루어진다. 낚시바늘 네 개를 갈고리 모양으로 묶어서 낚싯대에 매달고 뻘배를 타고 조심스럽게 짱뚱어가 있는 갯벌로 진입한다. 짱뚱어는 머리에 툭 튀어나온 눈으로 사방을 볼 수 있고 30미터 밖에서도 움직임을 감지한다. 따라서 낌새를 알아차리지 못하게 멀리서 미끼없이 낚시를 던져 재빨리 당겨서 낚아채야 한다. 짱뚱어가 사는 동전 크기 구멍을 찾아 손으로 잡기도 한다. 벌교 호동마을에 어머니들은 대대로 맨손으로 짱뚱어를 잡았다. 망둑어류가 그렇듯이 갯벌에 Y자로 구멍을 뚫고 서식한다. 펄 위에는 구멍이 두 개인 것은 적을 속이기 위한 생존전략이자 서식처를 보전하기위한 방법이다. 한 구멍은 막고, 갯벌로 이어진 구멍은 발로 밟아 퇴로를 차단하고 손을 집어 넣어 잡는다. 산란철에는 암수 두 마리가 한꺼번에 잡히기도 한다. 최근 짱뚱어 1㎏(30여 마리) 가격은 약 4만5천 원에 유통되고 있다. 한 마리 값이 1천5백 원이다. 소고기 값보다 비싸 ‘갯벌의 소고기’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짱뚱어가 소득이 되자 짱둥어잡이를 전문으로 하는 훌치기 낚시꾼들이 마을어장에 무단으로 들어와 잡기 시작했다. 그리고 해당마을 주민들이 이를 막자 그 마을에 돈을 주고 짱뚱어 채취권을 획득하는 사례도 생겼다. 훌치기 낚시에 능한 사람들은 한 물때에 500-600마리는 금방 잡기 때문에 그 소득이 쏠쏠하다. 그렇다고 매일 짱뚱어를 잡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갯벌에 물기가 없으면 짱뚱어들은 구멍속에 들어가 생활한다. 바닷물이 갯벌까지 들어오는 세물에서 아홉물 사이가 짱뚱어 낚시하기 좋다.
* 짱뚱어탕으로 가을을 맞는다 망둑어류에서 식용으로 인기가 높은 종은 짱뚱어와 문절망둑과 풀망둑이다. 문절망둑과 풀망둑은 서해와 남해 하천 하구 펄갯벌과 조수 웅덩이에 분포하며, 짱뚱어는 서해와 남해 펄갯벌에서 서식한다. 비린내가 적고 식감이 좋은 풀망둑과 문절망둑은 회, 무침으로 조리한다. 짱뚱어는 회, 탕, 전골, 튀김 등 조리법이 다양하다. 그만큼 인기가 높다. 특히 짱뚱어탕은 순천, 벌교, 고흥 등에서 가을철 보양식으로 즐겨 먹는다. 순천만과 벌교갯벌에서 많이 서식한 탓에 향토음식으로 자리를 잡았다. 신안 증도, 매화도, 병풍도 갯벌에도 짱뚱어가 많이 서식한다. 지도읍이나 증도에서도 짱뚱어탕을 맛볼 수 있다. 된장을 풀어서 만든 짱뚱어 탕의 맛을 결정하는 것은 짱뚱어 속(애)이다. ‘애’는 엄지손톱만 한다. 손질을 할 때 내장을 꺼내 ‘애’를 떼어서 모아두어야 한다. 홍어국에 홍어 ‘애’가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것처럼 짱퉁어탕에 ‘애’가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 짱뚱어가 겨울을 날 때 영양분을 축적해두는 곳도 바로 맛을 결정하는 ‘애’라고 한다. 또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짱뚱어회이다. 짱뚱어를 회로 먹을 수 있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사각사각 씹히면서 맛이 다른 회에서 느낄 수 없는 맛이다. 짱뚱어가 ‘농어목’에 속한다. ‘망둑어과’에 속하지만 횟감으로 최고라는 ‘돔’과 같은 부류인 것이다. 그렇지만 씹히는 맛이나 색깔이 돔보다 한 수 위인 것 같다. 흠이라면 한 마리에 두 점밖에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글쓴이 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섬발전연구지원센터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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